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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여행자료(국내)

[스크랩]슬로스티 걷기여행-전주한옥마을을 거닐다.

by 해운대등대지기 2011. 6. 27.
슬로시티라면 대부분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로 가야만 만날 수 있다는 내 편견은 전주 슬로시티를 만나 제대로 헛발질을 날렸다. 도심 한복판에 떡하니 그룹을 지어 오밀조밀 몰려 있는 곳이 슬로시티로 지정되다니 말이다. 하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 700여 채가 뿜어 내는 멋스러움을 보고 나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견훤이 후백제를 세우면서 정한 도읍은 통일신라시대로 접어들며 이름을 전주로 바꿔서 ‘전주’라는 지명은 1,2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게 되었다.
한옥마을은 한때 전주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고 골머리를 앓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주를 대표하는, 아니 한국을 대표하는 곳으로 변모하게 되었는데 그 시작점이 바로 풍남문이다. 전주가 도읍으로 있을 후백제 무렵 만들어진 동, 서, 남, 북의 성문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이 풍남문으로 불리는 남문이다.




풍남문을 등지고 동쪽으로 쭉 뻗은 태조로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근대 문화유산에 등재된 전동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둥근 아치와 튼튼한 기둥, 큰탑과 규칙적이고 대칭적인 조형미로 잘 알려진 로마네스크 양식을 이용해서 지어진 성당의 안으로 들어서면 창가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비치는 햇살이 마음을 가지런히 정돈시킨다.

전동성당의 건너편에 있는 경기전에는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사당이 있다. 입구의 하마비(下馬碑)는 ‘이곳을 지나는 자는 신분,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두 말에서 내리고, 잡상인들의 출입을 금한다.’라는 뜻으로 세워진 것이니 경기전의 위상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한옥마을의 정취는 골목길 사이사이에 스며 있다. 전통 한지 체험관, 전주 전통 술 박물관, 공예 공방촌, 한옥민박, 조선 마지막 황손의 집인 승광재까지 가는 곳마다 발걸음을 부여잡는다. 특히 승광재에는 고종 황제의 손자인 이석씨가 실제 거주하고 있어 운이 좋으면 직접 인사를 나눌 수도 있다. 한옥마을의 좁다란 실개천 길을 따라 양쪽으로 호떡 장사 할아버지나 꿀타래를 파는 아저씨, 그리고 아기자기하고 예쁜 액세서리를 파는 좌판 등이 한옥마을의 소소함과 이어져 서두르지 않고 느릿한 걸음으로 구경하게 만든다.


 
갈대 무성한 전주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한벽당에 못미쳐 전주향교에 이른다. 수령 400년의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멋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곳은 주말마다 전통혼례가 치뤄져 흔치 않은 광경을 볼 수 있는데,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이 마당을 온통 덮어 운치를 더한다.
현대 문화와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진 한옥마을은 어쩌면 우리가 추구해 나가야 할 참모습인지도 모른다.
한국을 대표하는 슬로푸드인 비빔밥의 고장 전주는 한지공예와 판소리의 본고장이기에 슬로시티에 이름을 올리기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곳이다.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 오히려 내가 머무는 어떤 곳이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슬로시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다만 한옥마을 거리마다 자동차가 밀려들어 와 마음 편히 길을 걷기에는 힘들어서 조금 아쉽다.

슬로시티 걷기 여행
박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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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과 나무, 강과 바람이 만든 길 위에서 쉬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여유! 경기불황을 계기로 화려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보다 좀 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단 여행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도 빠른 것보다는 느긋하고 여유 있게 살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슬로시티’는 이러한 트랜드와 잘 들어맞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