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머니투데이 http://mnb.mt.co.kr/mnbview.php?no=2011092918268162402
"월 3천 팔아도 힘들어요" 편의점 사장들 절규
평균 로열티, 총 매출액의 8.53%… "임차비용·인건비까지 빼면 생계 힘들어"
서울 종로지역에서 모 브랜드 편의점을 운영하던 최 모씨는 최근 자신의 점포를 정리하고, 다른 이에게 넘기기로 결정했다. 처음부터 카페형 점포로 구성했던 데다 인근 주택가에 슈퍼마켓 외에는 유일한 24시간 편의점이었던 덕에 장사도 꽤 잘되는 편이었지만 문제는 로열티. 최씨는 "매출은 높은 편이었지만 본사와 수익배분을 하고 나면 남는 돈 만으로는 가게 운영을 계속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편의점업계의 로열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기청 국정감사에서 "편의점업체의 전체 매출은 늘어나는데 가맹점주의 수익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그 원흉으로 '높은 로열티'가 언급된 것이다.
◆ 가맹점주 "3000만원어치 팔면 내 몫은 300만원"
"초기자본금 2220만원부터 가맹점 개설이 가능하세요. 인테리어 비용이랑 집기 비용 본사에서 다 해주고, 물류비용도 따로 안 들어 가니까요. 수익배분이 65:35 정도인데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덴 문제 없으세요."
편의점 가맹점 개설을 위해 창업 상담을 요청하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상담 내용이다. 편의점 창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저렴한데다 대기업 유통망을 통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려갈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전국 편의점 개수만 해도 1만8000개를 상회한다는 것이 편의점협회 측의 자료. 총 매출액만 하더라도 1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20일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이 중소기업청 국정감사에서 '편의점 로열티'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박 의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 업체의 평균 로열티는 총 매출액의 8.53%. 패밀리마트는 최근 5년간 총 매출액의 8.5%에 해당하는 1800억원을 로열티로 걷어들였으며, GS25는 총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2000억원이 넘는 로열티를 징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실제 로열티의 배분은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보통 로열티라고 하면 '브랜드 사용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편의점업계의 로열티는 일종의 '수익 배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편의점은 이미 완공된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 사업이다. 제과나 커피 등 대부분의 프랜차이즈업체 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얻는 것과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맹비나 물류비 등을 통해 수익을 남기는 것이 비교해, 편의점은 매달 총 매출액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로 본사와 가맹점주가 수익을 나눠 갖는 식이다.
류승희 기자
현재 편의점을 운영 중인 가맹점주와 편의점 가맹점 창업 상담센터에 문의 결과, 가맹점주와 본사의 수익배분은 해당 점포의 총 매출을 기준으로 65:35가 가장 기본이다. 한 창업 상담사는 "보통 점포 당 매출을 평균 3000만원 정도라고 하면 가맹점주의 수익은 300~400만원 정도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주는 이 300만원의 수익에서 가게 임차비용과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사실상 생계유지가 힘들 다는 계산. 때문에 창업 상담사 역시 "사실상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매달 4000~5000만원 정도의 매출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재 중 만난 한 가맹점주는 "보통 6:4 정도로 수익을 배분하는데 인건비라도 줄이려다 보니 업무 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며 "하루 매출이 대략 150만원 정도를 웃도는데도 막상 순수익만 계산해보면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 답답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편의점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부당한 지적'이라는 반응이다. 편의점협회 관계자는 "집기 투자비나 물류비 등 본사에서 가맹점주들에게 지원해 주는 비용이 적지 않다"며 "이를 감안하지 않고 로열티 비중이 높다는 것은 잘못된 지적이다"고 반박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제과나 커피 등 다른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가 가져가는 비율이 14% 정도로 알고 있다"며 "이에 비해 편의점은 본사의 수익률이 굉장히 낮은 시스템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 전체 매출은 증가하는데, 개별 점포 매출은 제자리?
"돈을 버는 자영업자가 없습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로열티 문제를 지적한 박민식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편의점 업계의 가장 큰 문제를 이렇게 지적했다.
현재 편의점업체마다 직영점 비율은 약 2% 정도. 이 직영점을 제외한 나머지 98%의 가맹점은 사실상 영업에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동네 슈퍼마켓등의 골목 상권과 비교해 편의점업체의 매출과 순이익은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박 의원은 "그렇다고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돈을 버느냐면 그것도 아니다"며 "점포당 매출액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로열티 비중은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 측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 업체의 총 매출은 2010년 말을 기준으로 8조3000억원. 2006년 4조9000억원에 비하면 해마다 12% 꾸준히 시장이 성장해 온 셈이다. 신규점포의 증가율 역시 해마다 10%를 웃돌아 지난 2010년의 경우에는 약 20%의 증감률을 보였다.
그러나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지난 2006년 5억원 규모에서 2010년 4억9600만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편의점 운영기간 별 현황에 따르면 편의점 가맹점포의 재계약 기간인 5년 이상 운영 중인 점포의 비중은 전체의 40% 정도. 박 의원은 "신규 점포가 늘어나는 만큼 문을 닫는 점포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0년 편의점 개설 및 폐점 현황에 따르면, 패밀리마트의 경우 955개 점포가 개설됐으며 274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GS25는 1316개 업체가 개설된 반면 205개 점포가 폐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발표된 결과는 통계적인 수치일 뿐이다"고 맞받았다. 최근 신규 점포의 개설이 늘어났기 때문에 5년 이상 점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점포 당 매출과 관련해서도 그는 "보통 편의점 매출은 영업일수를 따지기 때문에 하루 매출량을 비교하는 게 정확하다"며 "편의점협회 측 자료를 보면 2009년 전국 편의점 평균 하루 매출은 154만3000원이었고 2010년엔 155만8000원이었다. 개별 점포 매출이 하락한 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도 1% 내외의 매출 증가율에 불과해, 그 동안 급증한 인건비 등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으로 가맹점주들의 매출이 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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