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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등산자료

[국제신문]근교산&그너머 <640> 양산 천성산1봉

by 해운대등대지기 2009. 8. 21.

출처 : 국제신문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222&key=20090821.22020204338

근교산&그너머 <640> 양산 천성산1봉

일반적으로 특정 계절이 되면 찾고 싶어지는 몇몇 산들이 있다. 봄이면 봄꽃산행, 여름이면 계곡산행, 가을에는 단풍 또는 억새산행, 겨울은 눈꽃산행 등 철에 걸맞은 테마에 맞춰 자연스럽게 산꾼들의 뇌리에 떠오르는 산 말이다. 그렇다면 양산 최고의 명산으로 꼽히는 근교산인 천성산(千聖山·920.7m)은 어느 범주에 속할까. 부산의 산꾼뿐 아니라 전국의 많은 등산 애호가들은 천성산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가을 억새가 떠오를 것이다. 정상 아래 넓게 펼쳐진 화엄벌을 황금빛으로 물들인 억새 물결이 너무도 매혹적이기 때문일 것. 동시에 봄 철쭉도 가을 억새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하지만 수많은 명산을 품고 있는 양산에서 최고 명산으로 꼽히는 천성산인데 여름철이라고 그 명성에 뒤처진 모습일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 소금강산이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는 천성산의 여름은 어느 산에 뒤지지 않는 최고의 계곡산행의 묘미를 보여준다. 즉 '천성산=가을'이라는 무심코 가졌던 등식은 분명히 수정할 필요가 있다.

   
경남 양산 최고의 명산으로 꼽히는 천성산은 가을 억새산행뿐 아니라 여름철 계곡 산행지로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재팀이 멀리 정면의 천성산1봉을 바라보며 화엄벌을 통과하고 있다.

지난 16년간 본지 근교산 시리즈에서 다섯 차례 소개된 바 있는 천성산을 이번주에 다시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찾은 이유도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여름산행지로서 천성산의 진면목을 되짚어보기 위해서다. 아울러 수많은 골과 능선을 품고 있는 천성산의 '천라지망' 같은 무수한 등산로를 엮어서 아직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당일 여름산행 코스를 선보이고자 한 것도 사실이다. 하북면 용연리에서 시작하는 내원사계곡과 웅상읍의 무지개폭포를 끼고 있는 어영골이 가장 유명하지만 이들 계곡이 아니라 용소폭포를 낀 용소골에서 시작해 원효암을 거쳐 상북면 대석리 홍룡폭포에서 마무리하는 '폭포와 폭포를 잇는' 코스인 것. 예년에 비해 유별나게 길었던 장마가 끝나면서 오히려 8월 중순이 지나서야 여름다운 여름 무더위를 보여주는 요즘 천성산에서 계곡 폭포산행의 진수를 즐겨보면 어떨까.

본격적인 산행기에 앞서 여전히 헷갈리는 천성산의 명칭부터 정리해 보자. 양산시에서는 본래의 천성산 주봉(810m)을 천성2봉이라는 이름으로, 옛 원효산을 천성산1봉(920.7m)으로 명칭을 통일해 상북 하북면 웅상읍 등 3개 읍면에 걸친 전체 산군을 천성산으로 부르기로 한 바 있다.

   

 

GPS 트랙 / 고도표 jpg파일

전체 코스를 우선 정리해 보면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용소마을 입구 공터~용소마을~용소폭포~임도~전망대~화엄벌~8부능선 갈림길~샘터~원효암 갈림길~원효암~다시 갈림길~홍룡폭포(홍룡사)로 이어지는 11.5㎞ 구간이다. 오르막 경사가 급하지 않고 시원한 계곡과 폭포를 즐기며 산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5시간이면 충분히 완주 가능하다.

들머리 용소마을 입구 공터에서 경부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해 5분이면 용소마을 안쪽에 닫는다. 막다른 T자형 길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틀었다가 왼쪽으로 다시 틀면 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걷는 한적한 길이다. 작은 갈림길에서 왼쪽길을 택해 5분쯤 가면 용소골 계곡 물에 닿는다. 계곡 건너기 직전 '상수원 보호구역' 표지판이 보인다. 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므로 일체의 오염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굳이 이 표지판 때문이 아니라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산꾼의 기본적인 자세를 되새긴다는 차원에서라도 수질을 오염시켜서는 안되겠다.

계곡을 건너면서 바라본 계류가 맑고 청명하기 그지없다. 투명한 계곡물 아래 상감청자와 같은 빛을 내뿜는 바위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리다. 용소골은 내원사계곡처럼 폭이 넓은 계곡은 아니지만 아담하면서도 한적함을 간직하고 있어 산꾼들에게 편안하게 다가온다. 계곡을 따라 10분정도 더 가면 다시 한번 물을 건너고 5분 뒤 어디선가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제법 웅장한 모습의 용소폭포. 족히 20m는 되어 보이는 폭포의 수량은 줄어들었지만 밀양 구만산의 구만폭포와 견줘도 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제대로 된 폭포임에는 분명하다. 오른쪽으로 살짝 돌아 오르면 다시 폭포 상단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비가 많이 내린 직후에는 이 상단부와 하단부가 이어져 30m짜리 거대한 폭포의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천성산 용소골 중간의 용소폭포.

용소폭포를 뒤로하고 좀 더 올라 왼쪽의 숲길을 거다보면 이미 끝났을 것 같던 계곡과 다시 만난다. 생각보다는 제법 긴 계곡이다. 민물 가재가 청정수에서 노니는 모습이 눈에 띄어 반갑다.

이후에는 계곡과 작별이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10분가량 오르면 능선 갈림길. 왼쪽에서 올라오는 능선길은 들머리인 용소마을 뒤 지능선이 연결된 것이다. 오른쪽으로 틀어 10분가량 더 오르면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20m가면 왼쪽의 능선 산길로 들어섰다가 5분 뒤 다시 임도와 만난다. 재차 임도를 버리고 왼쪽 능선 숲길을 타다가 3분뒤 임도를 만나면 왼쪽으로 임도를 따라 걷는다. 300m가량 걷다 보면 임도 왼쪽의 작은 바위를 만나는데 이곳에 오르면 천성산의 주요 명소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천혜의 바위전망대인 셈. 발아래로 내원사와 계곡이 보이고 눈을 조금 들면 울룩불룩한 근육미를 자랑하는 암릉인 '천성공룡능선'과 중앙능선이 손에 잡힐듯 다가선다. 신불공룡, 간월공룡과 함께 영남알프스 3대 공룡능선 중 하나인 천성공룡은 험준함과 암릉미에서 셋 중 으뜸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그 너머로는 정족산과 노전암,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천성2봉과 화엄벌, 그리고 천성산1봉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정족산을 기점으로 왼쪽으로는 영남알프스 주능선상의 신불산과 간월산 등이 손을 흔든다.

 

 

 

 

 

 

 

   
홍룡폭포 중 상단폭포와 관음전.

전망대에서 다시 임도를 따라 5분쯤 가면 왼쪽 숲길로 살짝 내려서는 갈림길이다. 숲길을 따라 3분쯤 갔을까. 사거리가 나오는데 왼쪽은 내원사, 오른쪽은 용주사로 가는 길이지만 취재팀은 직진. 10분가량 산새들의 합창을 들으며 걸으니 왼쪽에 나무울타리를 쳐 놓은 이정표를 만난다. 예전에는 왼쪽 능선을 따르는 등산로가 있었지만 현재는 막혀있다. 오른쪽 오르막으로 10분쯤 더 가면 다시한번 임도를 만나는데 이번에는 임도를 가로질러 곧바로 능선길에 붙는다. 휴식용 의자처럼 보이는 희한한 모양의 소나무를 만나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하면서 600m가량 그리 급하지 않은 오르막을 오르면 순간적으로 시야가 확 트이는 고원을 만난다. 마침내 천성산 억새로 유명하고 보호늪지로 지정돼 있는 화엄벌(늪)에 닿은 것. 화엄벌에는 이제 갓 어른 무릎보다 조금 더 자라난 초록의 어린 억새들이 가을의 황금벌판을 준비하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늪지 보호용 나무울타리를 따라 걷다보면 늪지의 자연생태와 자생 동식물, 곤충을 알려주는 학습용 표지판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지도가 그려진 등산안내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홍룡폭포로 곧바로 갈 수 있다. 화엄벌 억새밭 사이로 좀 더 걷다보면 정상의 군사시설이 더욱 뚜렷하다. 10분 뒤 리본 수십 개가 달려있는 갈림길에서 정상 아래 8부 능선을 타기 위해 오른쪽으로 꺾는다.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은수고개와 천성2봉, 정족산 등으로 갈 수 있다.

8부 능선길은 지금까지 걸었던 포근한 흙길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바윗길이다. 오르락 내리락하며 재미난 바위길을 걷다보면 또 한번 바위 전망대도 지나는데 25분 후 작은 샘터를 만난다. 누군가 호스를 연결시켜 놓아 물 맛을 보기에 편리하다. 10분 후 원효암으로 가는 삼거리. '원효암 0.4㎞' 이정표 표시를 보고 왼쪽 길을 택해 원효암에 이르는 데는 10분이면 족하다. 중간에 바위옹벽을 타고 넘으면 원효대사의 법맥이 유전되고 있다고 하는 원효암이 깎아지른 관음바위 거북바위 아래 자리잡고 있다. 절의 내력에 대해 보광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마애아미타삼존불을 보고 스님이 추천해 주는 대로 오른쪽 108계단을 올라 '천광(天光) 약사여래불'을 친견한다. 지난 1991년 7월20일 오후 8시께 천둥을 동반한 벼락에 의해 사자봉 바위에 자연적으로 조성됐다는 내력을 갖고 있다.

   
8부 능선 바윗길 중간에 있는 샘터.

원효암에서 다시 10분 만에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로 돌아나온 뒤 날머리인 홍룡폭포와 홍룡사까지는 줄곧 내리막. 30분 만에 도착한 홍룡사 옆 홍룡폭포는 양산 8경중 제4경에 해당되는 명소다. 상단 80척, 중단 46척, 하단 33척의 높이를 자랑하는 3단 폭포인 홍룡폭포는 흔히 제일 위에 있는 상단폭포만 알려져 있지만 하단 폭포 아래에서 바라보면 층을 이루어 떨어지는 모습이 '천룡이 승천했다'는 전설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폭포 아래에서 한동안 눈과 귀로 흠뻑 시원함을 마신 후 천년고찰 홍룡사를 둘러보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 떠나기 전에

- 원효암 천광약사여래불 천둥 번개속 자연적 조성 신기

천성산1봉(옛 원효산) 정상은 서편의 화엄벌과 남쪽의 원효암 등 신라 때 고승인 원효대사의 행적과 관련된 곳들로 둘러싸여 있다. 특히 당나라 태화사 승려 1000명이 원효대사의 신통력으로 목숨을 구한 뒤 건너와 대사로부터 화엄경 설법을 듣고 성인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화엄벌(늪)은 고산 습지로서의 생태학적 가치 외에도 불교계의 중요 유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원효암은 신라 선덕여왕 15년(651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특히 원효암 오른쪽 사자봉 바위에 있는 천광약사여래불은 지난 1991년 7월 20일 오후 8시께 비가 오지 않는 가운데 2시간 동안 계속된 천둥과 번개가 멎은 뒤 부처님이 앉아 있는 모습이 드러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고도 전해진다. 당시 통도사 방장이던 월하(月下) 대종사가 이 소식을 듣고 직접 방문해 친견한 뒤 '동방만월세계유리약사여래불'이라는 명호를 직접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천성산에는 이 외에도 원효대사와 관련된 불교유적이 많은데 산행 날머리인 홍룡사 역시 문무왕 13년(673년)에 '낙수사(落水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절. 조선 선조 때 임진왜란 와중에 절이 전소되기 이전까지는 영남제일선원으로 융성했다고 한다. 현재의 홍룡사는 20세기 초 이후에 조금씩 중수된 것. 낙수사라는 이름은 원효대사의 설법을 듣기 위해서는 절 옆 홍룡폭포에서 떨어지는 물로 몸을 씻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 교통편

- 언양행 버스 이용 형주병원 입구 지나 하차

부산 명륜동 지하철역 앞에서 언양 방면으로 가는 12번 양산시내버스(10분 내외 운행)를 타고 양산시가지를 지나 35번 국도변의 하북면 용소마을 입구에서 내린다. 요금은 1200원. 부산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아주 편리하다. 지하철 양산선 양산역에서 내려도 언양행 버스로 갈아탈 수 있다. 산행 후에는 홍룡사 입구에서 대석마을 입구까지는 30분, 국도변 버스 정류소까지는 40분 정도 걸으면 닿을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는 35번 국도를 이용하거나 경부고속도로 양산TG에서 내려 우회전, 통도사 언양 방향으로 가다가 상북면 석계리를 지나 하북면 형주병원 입구에서 200m가량 가면 용소마을 입구에 주차할 만한 공터가 있다. 이곳에 주차를 해 놓고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용소마을에는 식수원 보호를 위해 주민들이 산행객들을 크게 반기지 않기 때문에 차를 몰고 들어가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산행 후 차량을 회수하기에도 편하다. 홍룡사 입구에서 다시 차량을 회수하러 가기 위해서는 석계택시(055-374-7770)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요금은 1만 원 안팎.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500-5169 김운만 산행대장 010-2606-8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