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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생각주머니

[펌-노컷뉴스]KBS 해명의 '뉴세븐 QUESTIONS'

by 해운대등대지기 2011. 7. 13.


[변상욱의 기자수첩] 왜 KBS가 아니고 'KBS 정치부'의 성명인가?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편집자 주]

KBS의 도청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KBS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의 실마리를 잡은 듯 보인다. 한편 11일 KBS 측은 <최근 논란에 대한 KBS 정치부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공식적으로 내놨다.

"......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추측성 의혹 제기는 전혀 근거가 없다. 법적 대응을 통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다. 정치부의 어느 누구도 특정 기자에게 이른바 도청을 지시하거나 도청을 지시받은 바 없음을 분명히 한다. 문제가 된 당시 민주당 회의는 국회라는 공공장소에서 공개리에 시작됐고, 국민 앞에 공표된 여야 합의사항을 뒤집겠다고 진행된 만큼 참석자들을 집중 취재하는 등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자의 당연한 의무이다. KBS는 이러한 노력들을 종합해서 회의 내용을 파악했으며 그 과정에 회의에 관련된 제 3자의 도움이 있었음을 부득불 확인한다."

KBS 정치부의 입장에

1) 왜 KBS가 아니고 'KBS 정치부'의 성명인가?

만약 KBS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거나 크게 미흡한 점이 있을 경우 정직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은 KBS 경영진과 이사회까지 확대된다. 결국 이 해명에 자신이 있다면 KBS의 이름으로 성명이 나왔어야 한다. 그런데 본부나 국 차원이 아닌 일개 부서인 정치부 차원의 해명이란 어그러졌을 경우의 책임 소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2) 왜 '도청'은 피하고 '도청지시'만을 따지나?

".... 도청을 지시하지도 않았고 지시 받은 기자도 없다"고 한다. 왜 '도청 하지 않았다'가 아니고 '도청 지시는 하지 않았다'라고 하는가? 이 역시 도청했을 거라 지목받고 있는 일선 취재기자가 공을 세우려 자의적인 단독행동을 했다고 빠져 나갈 예비수순인가? 왜 진즉 그리 말하지 않고 KBS 윗선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그 이야기를 꺼내놓는가?

3) 제 3자는 사전 공모인가? 돌발인가?

제 3자의 조력이 있었다고 한다. 과연 이 사람이 민주당에 불만이 있거나 KBS에 잘 보이려 자발적으로 벌였다는 것인가, 아니면, 사전에 KBS와 회의록 문건을 도모한 공모라는 뜻인가?

제 3의 인물의 역할이 무엇이었을까? 회의장에 녹음기를 설치하고 도청했다는 것인가, 회의에 참석해 꼼꼼히 기록한 뒤 회의 직후 KBS에 넘겨줬다는 뜻인가? 아니면 불법도청은 KBS가 했는데 몇 가지 다른 도움을 줬다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녹음기를 회의장에 놓아두고 회수해 가져오는 과정을 공모했다는 것인가?

이는 불법도청 혐의를 제 3자에게 떠넘기는 대신 KBS는 취재원을 끝까지 보호하려는 의리파로 탈바꿈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갖는다. 또한 지금의 상황을 언론 자유 수호투쟁으로 덧칠하는 기능도 한다. 하지만 회의록을 뉴스보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에게 넘겨주기 위해 빼냈다면 그 제 3자는 뉴스 보도를 위한 취재원이 아니라 도청과 기밀유출의 공모자일 뿐이다.

민주당은 당내에 제 3자는 있을 수 없다고 강력히 부인한다. 민주당 최고위원들, 문방위 소속 의원들, 그리고 당직자 3명... 과연 이들 가운데 수신료 인상 불발에 불만을 품고 한나라당과 연계할 사람이 있었단 말인가?

4) 도청 여부를 떠나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에게 회의록을 넘긴 건 인정하는 것인가?

도대체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5) 도청자로 지목받는 기자는 사건 직후 회사에 노트북과 휴대폰 분실신고를 내고 새것으로 바꿨다 한다.

물론 분실 경위서까지 써내고 깔끔하게 공식적으로 처리된 증거물 분실 혹은 망실, 만약의 경우에는 인멸 혹은 손괴이다. 그 기자가 술에 약해서 종종 휴대폰을 잃어버리기도 했다는 부연 설명이 있었다 한다. 수신료 인상 문제로 취재기자들이 비상이 걸려 술은 고사하고 집에도 못 들어갈 상황이었다. 더구나 수신료 인상 불발과 도청 의혹으로 신경이 곤두 선 마당에 국회와 국회 바로 옆 방송국만을 오갔을 도청 당사자로 지목된 취재기자만 노트북, 휴대폰을 몽땅 잃어버렸다고?

6) 국회라는 공공장소에서 공개리에 시작된 회의이니 최선을 다해 취재하는 게 당연하다는 말도 뉘앙스가 모호하다.

공공장소이고 비밀회의 아닌 공개리에 시작된 회의이니 엿듣기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뜻일까? 취재 윤리 상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방이 트인 자리에 앉아 얘기하는 것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은 도청이 아닐 수 있다. 공개된 장소의 한 복판에서 얘기를 나눈 것은 사적이지만 남이 들어도 관계는 없다는 의사 표시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페 구석진 자리에 굳이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나눴다면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달라는 의사 표시이고 엿듣는 행위는 불법 도청이 된다. 하물며 문을 닫은 회의실은 어떤 형태건 당연히 불법도청이다.

7) 언론 탄압 중지하라?

국민 여론과 정서상으로 KBS가 야당으로부터 탄압받거나 외부 세력에 의해 모함을 받는다 여겨지면 희망버스가 여의도로 모일 것이다. 만약 기다려도 모이지 않는다면 국민의 눈에는 KBS의 야당 탄압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만약 KBS의 해명이 거짓이라면 희망버스가 아닌 다른 버스들이 모여들 것이다.

KBS 기자가 13일 조사를 받고 한선교 의원도 이날 귀국을 하니 조사 과정에서 더 드러나는 것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과제이지만 언론계로서는 자칫 사건 전모가 밝혀지는 그 이후 문제야말로 주목된다.

한나라당과 연계해 자사 이익을 도모했다면 그것도 문제이고, 도청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 몇 차례의 해명이 부정직했다는 것까지 포함해 그 파괴력은 짐작하기 어렵다. 또 불법도청일 경우 기자들이 내부적으로 저항하다 떠밀려 한 경우도 문제이지만 회사의 이익을 보고 발 벗고 나선 경우라면 우리 사회의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에게 던져지는 충격과 자괴감은 어찌 감당할 지 두렵다.

sniper@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