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엔 명박산성, 부산대엔 '인세산성'(?)
[현장]'노무현 추모공연' 막아선 부산대 교직원.. 무릎꿇은 학생들, "일정 예정대로"
'이게 민주주의입니까?'
교직원들의 연좌농성에 눈물로 호소한 부산대 학생들이 끝내 이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9재 추모공연 '다시 바람이 분다'가 10일 부산대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이틀 전인 8일 오전부터 무대차량 반입 등을 놓고 공연을 불허한 부산대 대학본부와 학생들간에 마찰이 벌어졌다.
이미 부산대는 6일 공식입장을 통해 '정치적 중립성 의무', '교육환경 훼손', '청소비용' 등을 이유로 노무현 추모공연을 불허한 바 있다. 이런 결정을 내린 부산대 대학본부는 8일부터 교직원을 동원해 연좌시위까지 벌이며 정문을 막아섰고, 학생들은 무릎을 꿇은채 눈물로 "추모공연을 할 수 있게 비켜달라"며 호소했다.
그러나 교직원들이 끝내 비키지 않자 부산대 학생과 부산시민들은 쪽문을 통해 무대차량을 들여보내면서 이날 충돌은 일단락됐다.
부산대 교직원들에게 가로막힌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림ⓒ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10일 부산대학교에서 열릴 예정인 노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 행사 개최를 놓고 8일 부산대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각각 연좌와 무릎을 꿇고 마주한채 대치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게 민주주의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8일, 부산대측 바리케이트, 교직원 동원 무대차량 반입 차단
부산대 총학생회 등은 오전 10시 부산대 정문 앞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 성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하려 했다. 이날은 10일 개최되는 49재 추모공연을 위해 무대트러스트 등 행사차량이 들어오는 날.
하지만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부터 부산대 대학본부 측은 구정문과 북문 등을 바리케이트와 학교버스로 틀어막고, 정문에는 100여명의 교직원을 내보내 행사차량의 진입을 원천봉쇄했다. '콘서트'와 같은 행사를 두고 경찰도 아닌 교직원들이 직접 '인의 장막'까지 펼치는 부산대 역사상 처음 있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학생들은 "교직원들이 언제 학교의 경비원이 됐나.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가 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래도 교직원들이 물러설 기세가 안보이자 안득균 부산대 부총학생회장이 나서 마이크를 잡았다.
"양심에 호소드린다. 대학은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민주주의를 지켜온 곳이다. 돌아가달라. (학교당국의) 징계가 두렵다면 우리가 지켜드리겠다"
안 부회장의 호소에 일부 교직원들이 고개를 숙일 뿐, 대부분은 말뚝을 박은 듯 물러나지 않았다. 결국 부산대 학생들은 바리케이트를 옆으로 치우고, 정문을 틀어막고 있는 교직원들 바로 앞에서 약식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민환 부산대 교수(음악학과)는 "과거 열린음악회도 열린 적이 있었지만 이런 적이 없다"며 "추모 음악회마저 못하게 하다니 그것이야 말로 학교가 우려하는 정치적 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평화롭고 엄숙하게 추모공연이 진행되도록 해달라"며 학교당국의 깊은 배려를 촉구했다.
8일 오전 노무현 추모콘서트 무대차량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오전 9시부터 부산대 교직원들이 나와 인간바리케이트를 형성하고 있다. 11시가 넘어서면서 100여명으로 불어난 이들은 '진입 절대 안돼"라며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10일 예정되어 있는 '노무현 추모콘서트-다시바람이 분다'의 개최허용을 촉구하며 부산대 총학생회 등이 8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뒤로는 교직원들이 정문을 틀어막는 상황이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노무현 추모콘서트 절대 안돼' 부산대학교측이 7일부터 정문과 구정문 등 곳곳에 10일 열릴 예정인 '노무현 추모공연'과 관련해 출입통제안내를 세워놓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이원기 부산대 총학생회장(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은 "전직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이렇게 박대해도 되느냐"며 "역사책에 우리 학교의 지금 모습이 나올까봐 부끄럽다"며 분개했다.
이원기 회장은 "2002년 월드컵 행사 때도 더 많은 외부인이 들어왔고, 옆에 쇼핑몰과 작은 공원까지 세워 외부인들을 들어올 수 있게 해놓고 추모공연에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그동안 훨씬 더 많은 정치색을 띄는 집회를 많이 해와 이번 일은 학교의 억지주장일 수 밖에 없다"며 "반드시 추모공연이 개최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주변에 호소했다.
오전부터 부산대 정문 앞을 둘러싼 소동에 부산대 학생들은 물론 이를 듣고 달려온 부산대 졸업생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부산시민로 정문 주변이 북적북적한 상황. 이들은 이원기 회장의 발언이 끝나자 "부산대 총학 화이팅" 등을 외치며 응원했다.
이철모 동의대 총학생회장도 "어이없고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정권의 눈치보기하는게 국립대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8일 부산대 교직원들이 무대차량 반입을 저지하며 연좌에 들어가자 부산대 학생들이 "양심의 가책이 있다면 못이기는 척이라도 비켜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8일 부산대에서 '노무현 추모공연' 행사차량 진입과 관련, '제발 비켜달라'는 학생들의 눈물겨운 부탁에 한 교직원이 눈물을 참지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8일 '노무현 추모공연' 행사차량 반입을 놓고 벌어진 교직원과의 마찰에서 한 부산대 학생이 "이게 진정 민주주의입니까"라며 오열을 터트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연좌시위하는 교직원-무릎꿇고 호소하는 학생들.. "부산대가 부끄럽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11시께 다시 학생들이 진입을 시도했다. 학생들 뒤편으로는 무대차량이 서고, 그 앞은 서울 대한문 시민분향소에 내 걸렸던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 걸게가 자리를 잡았다.
학생들의 진입시도에 교직원들은 모두 주저앉은 채 연좌시위를 벌이며 강경하게 막아섰다. 예상치 못한 교직원들의 행동에 학생들도 무릎을 꿇고 마주 앉은 채 "우리학교가 부끄럽지 않도록 비켜달라. 민주주의를 짓밟지 말아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원기 총학생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지시로 내려왔다면 못이기는 척 비켜달라"며 교직원들을 설득했으나 이같은 대치상황은 1시간이 넘게 계속됐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러고 있는데 교직원들이 양심의 가책도 없나"며 "지성이라는 대학이 이래서는 안된다"고 소리쳤다.
자신을 부산대 졸업생이라 밝힌 한 시민은 교직원들 앞에서 졸업장을 찢으며 "부산대를 졸업한 게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 졸업생은 "불법지시를 거부할 권리가 여러분에게 있다"며 "부끄럽지 않는가"라고 호통쳤다.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자 일부 교직원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결국 대치가 길어지자 11시 30분께 학생들이 직접 교직원들을 한명씩 붙잡고 눈물로 설득하기 시작했다. 일부 교직원들은 대열에서 나오거나 학생들을 차마 보지 못한채 안경을 벗고 같이 목놓아 울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교직원들 간에 일부 마찰이 벌어졌지만 더 큰 충돌을 우려한 총학생회측이 한발 물러서면서 소동은 일단락됐다. 부산대 학생들은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는 교직원들과 2미터 정도 간격을 유지한채 자체적으로 약식 집회를 진행했다.
8일 '노무현 추모콘서트' 개최를 놓고 부산대 대학본부와 학생들 간에 대치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한 부산시민이 달려와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8일, 4시간의 대치끝에 '노무현 추모공연' 무대차량 일부가 교직원들의 저지를 뚫고 부산대로 진입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행사장 진입은 성공했지만.. 10일까지 마찰 끊이지 않을 듯.
시민사회단체들 8일부터 '부산대 추모공연 성사위한 촛불문화제' 개최
12시 15분께 기습적으로 교직원들의 방해를 뚫고, 12시 15분께 2대의 무대차량이 부산대 정문을 통과했다. 인도로 연결된 정문 왼편을 이용해 들어온 것. 일부 교직원들이 막아서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차량은 행사가 예정된 '넉넉한터' 소운동장에 도착해 바로 무대설치에 들어갔다.
학생들의 이같은 기습조치에 부산대 대학본부측은 크레인차량과 학내차량을 정문앞에 배치했지만 오후 2시께에도 다시 다른 행사차량이 학생들의 보호를 받고 들어섰다. 수십명의 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정문앞을 길게 늘어선채 교직원들을 몸으로 막은 것. 부산대 정문을 막고있는 크레인차량에는 '서울은 명박산성 부산은 인세산성'이라는 손피켓 등이 붙여졌다.
총학측은 4대의 차량이 소운동장으로 들어가자 지금까지의 대치를 종료하고 해산을 선언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아직 앰프와 중요한 행사물품이 10일 들어올 예정이어서 이제 시작"이라며 "10일 예정대로 '추모콘서트'는 그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어 "행사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총학생회가 책임질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대학본부의 기습적 무대철거에 대비 '규찰대' 등도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행사차량의 진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산대 대학본부측은 행사를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이어서 10일 행사 당일까지 마찰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부산대학교 대학본부가 8일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추모콘서트'를 강경하게 막아서자 이날 저녁 촛불문화제를 시작으로 공동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10일 예정된 노무현대통령 49재 추모콘서트 부산 '다시 바람이 분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10일 예정되어 있는 '다시 바람이 분다-노무현 추모공연' 행사 개최를 놓고 8일 부산대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대치를 벌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8일, 눈물겨운 호소에도 교직원들이 비키지 않자 부산대 학생들이 결국 직접 설득을 하거나 비켜달라며 행동을 벌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8일 오후 2시께 2차로 행사차량이 추가로 더 진입하면서 이를 막으려는 교직원들과 학생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봉쇄뚫고 진입하는 '노무현추모공연' 행사차량ⓒ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8일 부산대 학생들이 '노무현 추모공연' 행사차량의 진입을 위해 서로 팔을 걸고 교직원들을 저지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서울은 명박산성, 부산은 인세산성?.. 부산대 김인세 총장의 결정을 비꼬는 총학생회 피켓이 정문을 막은 크레인에 붙여져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8일 부산대학교 측의 원천봉쇄를 뚫고 행사차량 일부가 '넉넉한터(소운동장)'에 진입해 설치를 기다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보물창고] > 생각주머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국언론노동조합 UCC 동영상 -미디어법 (0) | 2009.07.17 |
---|---|
[펌]만평-내 말이... (0) | 2009.07.15 |
[스크랩] [공개구魂] 대통령의 재단설립은 돈세탁/황금알낳기라는데 어떻게 생각하십 (0) | 2009.07.07 |
[스크랩] 김대중 전 대통령 “盧, 저승에서라도 만나…” 추도문 공개 (경향090703) (0) | 2009.07.03 |
[펌-아고라]바람이 불면 오신 줄로 알겠습니다. (0) | 2009.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