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토요일
지리산둘레길 5코스 동강~수철
동행인 : 나, 옆지기
오랜만에 옆지기와 단촐하게 지리산둘레길에 나섰다.
수철마을에 주차하고 버스시간이 애매해서 택시로 산청터미날까지 이동했다. (택비시 9,800원)
산청터미날에서 함양행 버스를 타고 함양버스터미날에서 다시 동강마을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평소에 주로 자차로 출퇴근하다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시골 마을 곳곳을 다니는 버스를 타고 있으니 볼거리가 많다.
주변 경치도 좋고 시골 마을도 좋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다.
이웃간의 인심 좋은 대화가 정겨웠다.
한달전만 해도 수확한 볍씨를 도로에서 말리고 있었는데 이젠 제법 겨울의 모습이 느껴졌다.
눈이 시린 푸른 하늘과 수확을 마친 논밭.. 그리고 아직 가을이 아쉬운듯한 단풍을 품은 산
오랜만에 보는 벅수도 반가웠다.
방곡저수지 옆에 멋진 정자가 있어 쉬어갔다.
간단히 준비한 샌드위치와 커피로 부산에서 일찍 출발하느라 먹지 못한 아침과 점심을 대신했다.
브런치가 따로있나? 이게 브런치. ㅋㅋ
출발할 때는 날씨가 다소 쌀쌀했는데 햇살이 따뜻했다.
방곡저수지에서 조금만 더 걸으면 도착하는 산청,함양 추모공원
전쟁 중 국군에 의해 학살된 양민 705명의 영령이 모셔진 곳이었다.
전날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책을 읽고 책모임을 갖었는데 이 곳도 제주 4.3처럼
현대사의 비극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역사적 장소였다.
다행히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묘역이 이렇게 조성되어 있지만
그 날의 일이 너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쉬웠다.
하긴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탈하고 강제로 병합하여 35년간 수탈하였다는 역사적 사실도 부정하는
식민지근대화론이 등장하는 것이 현실인지라, 무엇을 기대할까만.
그나마 민주정부가 들어서서 그 초석을 이렇게라도 만들어뒀으니 그 다음을 우리 후세의 몫이 아닐런지.
아픈 역사 속 현장을 유유자적 이렇게 다니는 것도 죄송한데
하필 추모공원 입구에 순례 인증 스탬프 찍는 곳이 있다.
하긴 이렇게 둘레길 순례자들이 다녀가서 이런 역사를 알리는 기회가 되기도 하겠다.
이제 상사폭포 입구로 들어갔다.
낙엽이 산길을 덮고 있었다.
물이 좋아 여름에 왔어도 좋았을 뻔 했다.
지리산둘레길 순례를 좀 더 서둘러 시작하지 않았는지 살짝 후회가 되었다.
드디어 상사폭포에 도착했다.
상사폭포는 깎아지른 듯 아찔한 상사바위 때문인지 애절한 사랑에 관한 전설이 몇가지나 전해 오는 폭포이다. 모두 이루어질수 없는 짝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출처 : 지리산둘레길 홈페이지)
상사폭포를 지나 쌍재로 가는 길은 꽤 오르막이라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이 났다.
힘들면 이렇게 사진을 핑계로 쉬어가면 된다. ^^
고동재로 향하는 길에 만난 산불감시초소에서의 전망이 끝내줬다.
저 멀리 추모공원이 조그맣게 보인다.
아스라이 보이는 이어지는 산등성이 그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지리산 천왕봉도 보인다.
드디어 고동재를 넘었다.
고동재에서 5코스 종점인 수철마을까지 남은 3.5km는 지루한 아스팔트 내리막이 계속되었다.
드이어 종점 수철마을 도착
분명 출발전에 이곳에 주차했기 때문에 이미 와 본 곳이다.
그런데 이리 다시 오니 이렇게 반가울수가.
주차장에서 늦은 끼니를 때웠다.
일명 전투식량이라고 불리는 발열식품을 특식으로 준비했는데
날씨가 쌀쌀해져서 데워지는 10여분을 한자리에서 쉴 수가 없기에 도착해서 먹기로 하고 계속 걸었었다.
처음 먹어봤는데 겨울철 산행길에 앞으로 자주 먹게될 것 같다.
차 안에서 호호 불며 먹는 그 맛이 쉽게 잊혀질 것 같지 않다.
집에 돌아와 마무리하고 보니 꽤 많이 걸었네.
지인들과 왁자지껄 함께 걷는 것도 좋지만
도란도란 옆지기와 단둘이 걷는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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