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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등산자료

[국제신문]근교산&그너머 <650> 대구 팔공산 비로봉

by 해운대등대지기 2009. 11. 11.

 

출처-[국제신문]근교산&그너머 <650> 대구 팔공산 비로봉

        http://www.kookje.co.kr/news2006/asp/center.asp?gbn=v&code=2200&key=20091106.22020204748

 

 

45년 만에 이은 대구의 하늘금 다시는 끊어지지 않기를…
군사 통신시설에 빼앗겼던 '금단'의 최고봉
철조망 일부 철거, 이달부터 공식 개방
동봉 서봉 거느린 주봉 지위 비로소 되찾아
동화사 방향 하산 능선길 빼어난 풍광 감탄

 

 

부산의 진산으로 금정산이 있다면 대구에는 팔공산(八公山)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산꾼이 없을 것이다. 팔공산은 전국적으로 이름난 영남의 명산. 팔공산은 동화사라는 대찰과 함께 수험생을 둔 숱한 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갓바위(관봉 석조약사여래좌상)가 있어 더욱 그 명성이 자자한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금정산의 정상인 고당봉과 달리 팔공산 정상 비로봉(비로봉·1193M)은 지난 45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되는 바람에 산꾼들에겐 2% 모자라는 듯한 느낌을 준 산이기도 하다. 지난 1964년 비로봉에 설치된 통신시설과 군사시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정상에서 300여 m 아래에 철조망을 쳐 일반인 접근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도 꽁꽁 잠겨있던 팔공산 비로봉으로 가는 길이 최근 열렸다.

 
  취재팀이 동화사로 하산하던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팔공산 주능선에 물든 단풍을 감상하고 있다. 능선 왼쪽의 뾰족한 봉우리가 동봉이고 그 오른쪽은 염불봉, 좀 더 오른쪽(능선 중간 부분)의 바위는 병풍바위다.
대구광역시가 올해 초 비로봉을 개방하기로 결정한 뒤 지난 6월부터 4개월여 동안 기존 철조망의 일부인 100여 m를 철거하고 300m가량의 돌계단을 설치하는 등 등산로 조성작업을 마쳐 지난 1일 공식 개방한 것이다. 이를 일컬어 대구 경북의 시민들과 산꾼들은 "비로소 영남의 하늘이 열렸다"며 반기고 있다. 비로봉 정상에는 대구 경북인들이 옛날부터 천신제를 지내던 제천단이 있어 그런 반응들이 나오는 듯하다. 본지 근교산 취재팀은 '팔공산 대종주(비로봉 우회)'와 '동봉(1167m) 원점회귀' 산행 등 수차례 팔공산을 답사한 바 있지만 비로봉 개방을 기념해 공식 개방 4일 전인 지난달 28일 팔공산으로 달려갔다.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팔공산 비로봉의 모습을 전달하고 코스도 소개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팔공산의 가을 단풍도 화려하기 그지없지 않은가.

이번 산행은 사실 비로봉 답사가 최대 목적이었기 때문에 전체 답사 코스는 단순하게 잡았다. 하지만 절대로 '산행 전체가 단조롭다'는 뜻은 아니다. 바위가 많기로 이름난 주능선과 코스 곳곳에서 만나는 전망대, 로프구간 등을 통과하다 보면 아무리 싸늘한 날씨라 하더라도 등줄기에 진한 땀방울이 맺힐 수밖에 없다.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수려한 골산의 가을 풍광을 즐기는 기쁨은 덤이다.

전체 답사 코스를 요약하면 수태골휴게소~수릉봉산계표석~암벽훈련장~약수터 갈림길~철탑삼거리~동봉 밑 8부능선 갈림길~비로봉 밑 새 이정표(개방 구간 시작점)~9부 능선 이정표~비로봉~9부 능선 이정표~동봉 석조약사여래불~동봉~염불봉(위험구간 우회)~병풍바위~동화사 갈림길~전망대~동화사로 이어지는 10㎞ 구간. 실제로 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걸리지만 휴식과 점심식사, 풍경 감상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더하면 6시간은 잡아야 되겠다.

 
 
들머리인 수태골휴게소로 향하는 도로변 단풍이 참 곱다. 대구 지역에서는 드라이브코스로 인기가 아주 높은 길이라고 한다. 수태골휴게소 앞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팔공산자연공원 등산로 안내' 현판을 살펴본 후 곧바로 계곡을 왼쪽에 끼고 넓은 길을 따라 오른다. 금정산의 인기 코스가 그렇듯 이 길에도 산꾼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가을 가뭄 탓에 수태골 계곡에는 물이 말랐다. 10분 후 계곡을 살짝 건너 계속 완만한 오르막.

7분 뒤 대구시 문화재자료 33호인 '수릉봉산계표석(綏陵封山界標石)' 앞 이정표. '수릉봉산'이란 조선 헌종의 부친인 익종의 무덤인 '수릉'과 산에 출입을 금지한다는 뜻의 '봉산'이 합쳐진 말. 이 지점부터 산 출입을 금지한다는 뜻으로 표석은 글자가 음각된 삼각형의 화강암이다.

표석을 지나 8분쯤 가면 화장실과 벤치가 있는 쉼터. 다시 7분 뒤 왼쪽으로 높이 100m는 됨직한 자연 암벽훈련장을 통과한다. 암벽훈련을 위한 바위는 한동안 연속해서 나오는데 10분 후 산악인 고(故) 진교섭씨를 기리는 작은 추모비를 지난다. 완만한 길을 따라 좀 더 오르면 10분 후 물 마른 약수터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오도재를 거쳐 서봉 또는 비로봉으로 갈 수 있지만 취재팀은 직진. 이정표가 있는 철탑삼거리까지는 7분이면 닿는다. 직진하면 염불암, 오른쪽 내리막은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 오르막이 동봉 비로봉 가는 암릉길이다. 사실은 삼거리가 아니라 사거리인 셈.

'동봉 800m' 이정표를 따라 오르면 가로 세로 1m 안팎의 작은 바위 구멍을 왼쪽으로 살짝 우회한다. 왼쪽 시야가 훤히 트인다. 정면에 우뚝 솟은 서봉과 오도재가 보인다. 가파른 오르막을 조금 더 오르면 작은 고개마루를 넘는데 마침내 전방 가까운 곳에 온갖 방송 통신 군사시설로 뒤덮인 비로봉이 눈에 들어온다. 10분 뒤 동봉 아래 8부 능선 갈림길. 오른쪽 오르막은 동봉으로 가는 길이지만 '비로봉 0.4㎞' '서봉 0.8㎞'가 표시된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100m만 가면 철조망 제거 흔적이 완연한 비로봉 입구 갈림길. 45년 동안 그렇게도 굳게 닫혀있던 비로봉으로 오르는 새 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새로 등산로를 정비한 흔적이 역력하다. 200m만 가면 작은 이정표가 있는데 9부 능선 갈림길. 왼쪽 비로봉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아직 공식 개방은 며칠 남은 시점이었지만 임시 개방을 한 탓인지 오가는 산꾼들이 더러 보인다. 비로봉을 밟는다는 기분 때문인지 사람들의 표정이 상기돼 있다.

 
  팔공산 최고봉인 비로봉 정상. 아래쪽 석축이 제천단이다.
정상 직전 두 번째 철조망이 열려 있는 사이로 몇 발자국만 더 오르면 팔공산 봉우리 중 가장 높은 곳에 닿는다. 을씨년스런 시설물 사이에서 기가 눌린듯한 비로봉 꼭대기에는 정상석은 따로 없고 가로 세로 2m 크기의 석축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제천단. 하늘에 제를 지내는 단이다.(11월1일 대구시와 대구시산악연맹 관계자들이 천신제를 지냈다.) 시설물들만 없었다면 조망이 참 뛰어났을 텐데 가깝고 먼 주변 시설물들이 시야를 많이 가려 아쉽다.

하산길은 조금 전 거쳤던 9부 능선 갈림길로 돌아 내려선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내리막 대신 정면으로 직진. 동봉으로 바로 연결되는 능선길인데 이 구간 역시 새로 개방된 길이다. 10분 후 만나는 동봉 아래 석조약사여래불에서 30m만 더 가면 기존에 동봉으로 향하던 갈림길이 나온다. 동봉 정상까지는 직진해 7~8분이면 충분하다. 비로봉이 폐쇄됐던 탓에 그동안 소임을 맡아왔던 '팔공산' 정상석이 바로 이 동봉에 있다. 동봉은 지난 수십 년간 가장 인기 있는 팔공산 등산 코스였던 탓인지 산꾼들의 왕래도 잦은 곳이다. 우뚝 솟은 암봉의 조망 또한 거칠 것이 없다. 서둘러 능선을 타고 염불봉 방향으로 향하는데 이때부터 이어지는 길은 암릉의 연속이다. 10여 분 후 안부에서는 왼쪽 나무계단으로 살짝 내려서서 위험구간을 우회한다. 곳곳에 '절벽, 위험'이라 쓰여진 경고판이 늘어서 있다. 이어지는 능선길. 로프와 계단이 이어진다. 조금 전 왼쪽으로 우회했던 안부에서 염불암 갈림길까지는 25분 정도 걸린다. 염불봉을 향해 직진. 5분 뒤 염불봉 직전 안부에는 염불봉 정상 방향 출입금지 표지가 있다. 지극히 위험 구간이라는 뜻. 왼쪽 사면으로 염불봉을 우회하면 10분 뒤 다시 능선 마루금에 닿는데 조금 더 가면 병풍바위다. 아래쪽에서 보면 12폭 병풍처럼 보이는 깎아지른 절벽.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비로봉에서 동봉을 거쳐 병풍바위로 가는 팔공산 주능선은 온통 바위로 뒤덮인 암릉길이다. 로프와 계단도 많다.
7분 뒤 동화사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데 오른쪽 가파른 내리막에 사람 다닌 흔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100m만 더 직진하니 비로소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하는 갈림길이다. 종주등산로 'NO. 058' 이정표에 '동화사 2.6㎞'를 가리키는 표시가 있다. 직진하면 신령재를 거쳐 갓바위까지도 갈 수 있는 종주산행로가 계속되지만 동화사를 향해 오른쪽 내리막으로 길을 잡는다. 그런데 내리막 시작 직전 좌우 2개의 길이 있는데 왼쪽은 계곡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정면은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이다. 풍광도 빼어나고 산 타는 재미도 한결 낳은 오른쪽 능선길을 택했다. 2~3차례 로프구간을 포함해 바위가 많은 길이니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20분 후 시야가 탁 트이는 전망바위. 동봉과 염불봉 병풍바위로 이어지는 팔공산 주능선 아래로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골산의 풍광을 바라보며 황홀경에 젖는다. 산행 종점인 동화사 주차장까지는 지능선 마루금을 이탈하지 말고 계속 내려가면 되는데 50분가량 걸린다. 산행 막바지 부도암 진입로와 만나는 곳 주변 숲 단풍도 형언하기 힘들 만큼 곱다.


◆ 떠나기 전에

- 신라오악 중 '중악(中岳)' 지위 누린 명산

비로봉이란 이름을 부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산이 어디일까. 아마도 금강산이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금강산 1만2000 봉우리 중에서도 가장 높은 주봉인 비로봉의 높이는 해발 1638m. 그뿐인가. 원주 치악산의 주봉도 비로봉(해발 1288m)이고 소백산 주봉의 이름도 역시 비로봉(1440m)이다. 그 외에도 오대산 최고봉인 비로봉(1563m)과 속리산국립공원 내의 비로봉(1057m)도 빼놓기 아쉽다. 금강산 외에 북한의 또 다른 명산인 묘향산의 주봉도 마찬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해발 1909m로 가장 높다. 이렇듯 비로봉은 많은 명산의 주요 봉우리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공산 비로봉이란 이름이 여전히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못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비로봉과 서봉, 동봉 등으로 명명돼 있는 팔공산 주요 봉우리들은 예전에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비로봉은 제왕봉, 동봉은 미타봉, 서봉은 삼성봉이었다는 것. 일부 산꾼들이 옛 이름 찾기 운동을 하고 있다.

비로봉(毘盧峰)의 '비로'는 불교에서 '높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비로(毘盧)자나'는 모든 곳에 두루 비치는 부처님 몸의 빛을 뜻한다. 또한 '비로(毘盧)자나불'은 법신불을 뜻한다. 즉 산봉우리에 붙은 비로봉이란 이름에는 그 산에서 최고 높은 봉우리라는 뜻과 불교적 의미가 함께 내포돼 있다. 또한 팔공산은 신라 오악(五岳) 가운데 중악(中岳)에 해당하는 산이다. 통일신라의 중심 산으로서 당시 공산이라고 불렸다. 신라 오악은 동악(토함산), 서악(계룡산), 남악(지리산), 북악(태백산) 등도 포함된다. 들머리 부근 부인사(符仁寺)는 고려 초조대장경이 봉안됐던 절이다.


◆ 교통편

- 동대구역 인근서 동화사행 급행버스 타야

열차 편으로 동대구역에 내리면 인근 파티마병원 맞은 편에서 동화사지구로 가는 급행 1번 버스를 탄다. 배차 시간을 구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수시로 운행한다. 동화사지구 버스정류장에 하차한 후 들머리인 수태골휴게소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산행 후에는 동화사지구에서 급행1번 버스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가면 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도동분기점에서 내려 팔공산TG를 통과한 뒤 오른쪽 팔공산 방면으로 80번 지방도를 타고 간다. 파군재삼거리에서 파계사 방면으로 좌회전한 후 도로를 따라 부인사, 동화사 방면으로 가면 15분 정도 지나 산행 들머리인 수태골휴게소 앞에 닿는다. 무료 주차장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산행 날머리인 동화사지구에서 차량 회수를 위해 수태골로 갈 때도 10여 분만 걸으면 된다. 아쉽게도 연계 버스는 없다.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 500-5169

김원진 산행대장 016-803-2750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