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2010. 1. 29. 국제신문
옛 선현 즐겨 찾던 길따라 순백의 '선경(仙境)'에 들다
'무등산 옛길' 개방 계기로 원효사 기점 원점회귀 산행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 등 '무등 삼대석경' 단번에 감상
총길이 13.5㎞ 불구 길 평이해 걷는 시간 4시간 30분
코스 대부분 북사면… 날씨 따뜻해도 겨우내 눈꽃 활짝
'빛고을' 광주의 진산이자 광주 시민들에게 '어머니의 산(母山)'으로 통하는 무등산(無等山·1187m). 부산의 금정산이나 대구 팔공산, 대전 계룡산 등과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호남 내륙의 명산이다. 특히 무등산을 사랑하는 광주 사람들의 마음은 각별하다. '광주(光州)'라는 도시 이름도 무등산의 서석대로부터 유래된 것은 차치하더라도 지역 사람들의 역사와 삶 그리고 문화가 무등산에 오롯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선동렬 감독이 프로야구에서 활약할 당시 '무등산 폭격기'라는 별명을 얻었을까. 광주가 무등산이고 무등산이 광주다.
취재팀은 2개 구간으로 나눠진 무등산 옛길 중 등산로 코스로 통하는 2구간 진입로에서부터 시작해 출발지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 코스를 택했다. 이번 코스의 또 다른 묘미는 무등삼대(無等三臺), 무등산 삼대석경(三大石景) 등으로 불리는 서석대(瑞石臺) 입석대(立石臺) 광석대(廣石臺·규봉)를 비로소 모두 거친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입석대를 거쳐 서석대 머리 위까지만 통행이 허용돼 있었기 때문에 정면에서 서석대의 웅장함을 느끼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무등산 옛길' 2구간이 개통되면서 비로소 서석대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된 것. 또 규봉암을 품고 있는 광석대의 경우 증심사 원점회귀로 진행했던 지난 2005년 1차 답사 때 들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곳이다.
무등산은 1100m가 넘는 고봉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풍요롭고 후덕한 육산(肉山)의 풍모를 하고 있다. 원효사 앞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이번 산행 코스 역시 편안하게 걷다 보면 어느새 1100m 고지인 서석대 앞에 이르러 눈꽃 속에 우뚝 선 주상절리대 기암을 보며 선경(仙境)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다가도 조금 뒤 다시 정신을 차려보면 벌써 출발지로 돌아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오묘한 느낌의 산행지다. 원효사 앞 주차장 통제 초소를 지나 공원관리사무소 앞 안내소까지는 2분이면 족하다. '무등산 옛길' 2구간 진입구간인 오른쪽 안내소 쪽으로 길을 잡는다. 취재팀을 발견한 광주광역시 문화관광해설사 이애심 씨가 "기존에는 서석대까지 임도 구간을 상당부분 걸어서 가야 했고 거리도 7.5㎞에 달했지만 무등산옛길 2구간이 개통되면서 숲길을 따라 완만하게 4.12㎞만 오르면 서석대에 닿는다. 거리와 시간, 걷는 맛 등 모든 면에서 절대 유리한 길"이라며 친절히 안내해 준다. 2구간은 '무아지경의 길'로 명명돼 있기도 하다.
편안하게 이어지는 숲길을 10분쯤 더 가면 물통거리 삼거리에 닿는다. 옛날 나무꾼들이 땔깜이나 숯을 나르던 산중길이며 1960년대부터 군 보급부대원들이 보급품을 지고 날랐던 길이었는데 1980년 이후 사용되지 않다가 이번에 개방됐다고 한다. 왼쪽 길을 택해 오르는데 서서히 상고대가 드러난다. 20분 후 크지는 않지만 평평한 모양의 치마바위를 지나면서부터 길바닥이 얼음으로 변한다. 아이젠 장착 후 다시 조금 더 오르면 드디어 출입통제 구역인 무등산 정상 천왕봉이 하얀 눈을 뒤집어쓴 채 인사를 건네온다. 치마바위에서 얼음바위 갈림길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하다. 옛길 표지판을 따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나뭇가지에 핀 눈꽃들이 더욱 화려해지기 시작한다. 이미 주변은 온통 '눈의 나라'로 변해있다. 원효사에서 출발해 서석대에 이르는 코스는 무등산의 북사면에 해당된다. 따라서 맑은 날에도 햇볕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해발 750m 이상 지대에서는 겨울 내내 눈꽃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전망대에서 왼쪽으로 살짝 우회해서 오르면 5분 후 서석대 정상부에 닿는다. 해발 1100m. 이번 산행 중 최고점이기도 하다. '무등산 옛길 종점. 11.87㎞ 전 구간 완주를 축하합니다'라 쓰여있는 이정표가 반긴다. 이정표 번호는 40번. 참고로 300m마다 세워놓은 40개의 옛길 이정표 가운데 2구간 이정표는 27번부터 40번까지다. 서석대 정상에서는 북동쪽 가까운 곳에 무등산 정상인 천왕봉이 훤하지만 그곳만은 여전히 군부대로 인해 출입 통제 구역으로 남아있다. 남서쪽에는 광주 시가지가 드넓게 펼쳐지고 남쪽 멀리로는 영암 월출산까지 조망된다.
공원안내소와 벤치, 대피소 등이 있는 장불재에서 규봉암과 광석대 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벤치 사이로 난 왼쪽 길로 들어서야 한다. 정면 멀리 봄 철쭉으로 유명한 안양산이 쪼뼛하게 솟아 있다. 2분 뒤 갈림길에서 '규봉암 1.6㎞' 이정표 방향인 왼쪽 길을 택한다. 고도 차가 거의 없는 편평한 산길이다. 15분 쯤 가면 오른쪽 전망이 탁 트이는 너덜지대를 통과하는데 그 유명한 지공너덜. 10분쯤 더 가면 왼쪽으로 주상절리대의 바위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져 오는 규봉암. 무등삼대 중 하나인 광석대를 병풍처럼 머리에 이고 있는 암자다. 관음전 뒤로 우뚝 솟은 광석대는 입석대 서석대에 전혀 뒤지지 않는 멋진 주상절리대다. 특히 가을 단풍기의 아름다움은 '무등삼대' 중 으뜸으로 통한다. 규봉암 입구를 지나면 곧바로 갈림길. 오른쪽 내리막은 이서 영평마을로 내려서는 길이지만 취재팀은 꼬막재를 향해 직진한다. 역시 평지나 마찬가지인 편안한 길. 30분가량 기분 좋게 달리면 신선대입구 갈림길이다. 왼쪽 길을 택하면 곧바로 드넓은 초원이 나타나는데 일명 '신선대억새평전'이다. 장불재와 중봉 부근에 못지 않은 드넓은 억새밭으로 가을에 인기 있는 곳이다. 15분가량 가면 꼬막재약수터. 2분 뒤에는 옛날 보부상과 유생들이 화순과 광주를 오가는 지름길로 삼았던 고개인 꼬막재다. 주변에 꼬막처럼 생긴 작은 자갈이 많아서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무등산장 입구 식당밀집지역까지는 편안하게 35분 정도만 내려서면 도착한다. ◆ 떠나기 전에 - '무등산 옛길' 개통은 광주시민 무등산 사랑 결과물
◆ 교통편 - 호남고속도로 창평IC에서 내려 소쇄원 쪽 우회전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거쳐 호남고속도로 창평IC에서 내린다. 60번 지방도를 타고 소쇄원 가사문학관 방면으로 우회전, 2.8㎞가량 가다가 고서교차로에서 무등산 가사문학관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오른쪽에 광주호를 끼고 5㎞쯤 가다 가사문학관 앞에서 우회전, 무등산 원효사 이정표를 보고 10분쯤 가면 원효사 앞 주차장에 도착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부산서부터미널에서 광주버스터미널까지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6시10분부터 밤 9시30분까지 30~40분 간격으로 운행. 3시간10분 소요. 요금은 우등 2만300원, 일반 1만3800원. 광주버스터미널에서는 첨단 9번 버스를 타고 문화의 전당에서 내린 후 원효사행 1187번 버스로 갈아타는 방법과 518번 시내버스를 탄 후 금남로4가 역에서 1187번 버스로 갈아타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1187번은 무등산 정상 높이인 1187m, 무등산 옛길 총길이인 11.87㎞와 숫자가 같다.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 500-5169 김원진 산행대장 016-803-2750 | ||||||||||||||||||||||||||||||||||||
|
'[보물창고] > 등산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일보][산&산] <245> 밀양 만어산 ~ 구천산 (0) | 2010.03.05 |
---|---|
[부산일보][산&산] <245> 밀양 만어산 ~ 구천산 (0) | 2010.03.05 |
[국제신문]근교산&그너머 <656> 부산 화지산~금정봉 (0) | 2009.12.18 |
[국제신문]근교산&그너머 <650> 대구 팔공산 비로봉 (0) | 2009.11.11 |
[펌-부산일보][산&산]<229>담양 추월산 (0) | 2009.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