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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등산자료

[국제신문]근교산&그너머 <656> 부산 화지산~금정봉

by 해운대등대지기 2009. 12. 18.

근교산&그너머 <656> 부산 화지산~금정봉

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06/asp/center.asp?gbn=v&code=2200&key=20091218.22020200052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부산 땅 숨은 옛 이야기 술술 풀려나오네
시내 어디서든 접근 쉬운 도심 가족산행지
반나절에 완주 가능… 해 짧은 겨울에도 좋아
천연기념물 배롱나무·베틀굴 등 볼거리 풍부
인적 드문 하산 구간 한적함 조망미 빛나

 

원거리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겨울은 짧아 아쉽다. 여기에 기온마저 낮아 출발조차 주저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마냥 뒹굴며 휴일을 보낼 수 없지 않은가. 이럴 땐 '가벼운 차림으로 대중교통을 이용, 반나절 만에 다녀올 수 있는 산행 코스가 어디 없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근교산 취재팀은 이런 독자들을 위해 부산 시내에서 즐길 수 있는 가벼운 가족산행 코스를 하나 소개한다. 굳이 '소개'라는 말을 붙이기에 어색한 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지 않아도 부산 시민들이 손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가까운 코스를 또 하나 보태고 널리 알린다는 것은 분명히 의미있는 작업이다. 부산진구 양정동 연지동에 걸쳐 있는 화지산(華池山·199m)과 흔히 동래구 사직동 뒷산인 쇠미산으로 알려져 있는 금정봉(金井峰·399m)을 잇는 코스가 바로 숨어있던 부산의 가족산행 코스다.

 
  근교산 취재팀이 금정봉 정상 부근에서 동래구와 연제구 등 부산 시가지를 내려보고 있다. 멀리 오른쪽 높은 산은 해운대의 진산인 장산이다. 금정봉에서는 장산과 백양산 봉래산 금련산 황령산 상계봉 등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화지산'이라고 하면 부산 시민 중 반은 알고 반은 모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하마정 정묘사 뒷산'이라 하면 대부분은 "아! 바로 그 산"이라며 무릎을 칠 것이다. 금정봉은 사직야구장 뒤편에 우뚝 솟은 봉우리라고 하면 야구를 좋아하는 부산 시민 누구나 수긍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진구와 동래구 주민들에게는 친숙한 뒷동산 같은 산이지만 화지산과 금정봉을 연결한 뒤 금정산 주능선을 타거나, 불웅령 백양산으로 이어 탄다면 얼마든지 반나절 코스로 훌륭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자녀들과 함께 오른다면 화지산과 금정봉은 지역의 역사와 전설을 배울 수 있는 썩 괜찮은 야외학습장이 될 수도 있겠다.

전체 산행 코스를 요약하자면 부산진구 양정동 화지문화회관~정묘(鄭墓·배롱나무)~화지사~화지산~초읍고개(도로 횡단보도)~사거리~삼거리(산성 시작점)~금정봉~덕석바위(베틀굴)~사거리(낙동정맥 합류)~쇠미산 전망대~만덕고개(도로 횡단 후 남문쪽으로)~갈림길~금강대옥불사 입구~대덕사 일주문으로 이어지는 총 12.8㎞ 구간이다. 고된 오르막이나 급경사 내리막이 거의 없는 평이하고 걷기 좋은 코스다 보니 거리는 제법 돼도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20분이면 충분하다. 휴식시간을 포함해도 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

 

 

 

 
부산진구 양정동 하마정교차로에서 연지동 방향으로 200m쯤 가다 보면 부산시교육청 진입로를 조금 지나 오른쪽에 화지공원이 나온다. 동래 정씨 시조의 묘가 있다고 해서 명명된 '정묘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일대를 최근에는 화지공원이라 부른다.

산행 들머리는 바로 이 화지공원 안에 있는 화지문화회관이다. 수령 800년 된 천연기념물 제168호인 배롱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정묘를 보기 위해 공원 안으로 들어선다. 큰 대문인 현경문(顯景門)을 통과하면 길 양 옆에 잘 가꿔진 향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정면에 경모문(敬慕門)이라는 현판이 걸린 제실이 있다. 동래 정씨 문중의 각종 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경모문 현판에서 오른쪽을 보면 그 유명한 부산진 배롱나무와 정묘가 이른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말없이 서 있다. 말은 없지만 신라 중기 이후 1500년 가까운 세월의 숱한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문중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취재팀도 자연스레 옷깃을 여미게 된다.

좀 더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연못을 앞에 둔 작은 암자가 있는데 바로 화지사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고려 초에 창건된 유서깊은 사찰이다. 창건 당시의 이름은 만세암이다.

화지사를 나와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연못 왼쪽의 대밭 옆으로 길이 나 있다. 도심지인 탓에 고요함은 덜하지만 산새 소리 정겨운 숲길의 싱그러움만은 여느 산이나 다름없다. 200m가량 오르면 작은 언덕. 언덕 너머 연지동과 초읍동 아파트 단지와 멀리 백양산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가면 신작로처럼 훤하다. 10분 뒤 체육공원 삼거리. 오른쪽 길은 화지공원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올라오는 길이다.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산불감시초소가 곧바로 나타나고 연이어 자그마한 고개 사거리길이다. 왼쪽은 초읍동 원당골로 내려서는 길이고 방공호가 보이는 오른쪽은 거제동 거성중 방향으로 가는 길. 정면으로 직진한다. 공동묘지와 철탑 사이로 오르는 완만한 길이다. 10분 후 이정표와 산불 감시초소, 헬기장이 있는 삼거리봉에 이르는데 이곳이 화지산이다. 해발 199m밖에 되지 않지만 부산의 진산 금정산의 맥이 이어지는 작은 봉우리로, 풍수지리에서는 명당으로 알려져 있는 산이기도 하다. 정면에 금정봉과 상계봉, 왼쪽 멀리 불웅령과 백양산이 우뚝 솟아 있다.

 
  부산진구 양정동 화지공원 내 천연기념물인 배롱나무.
초읍 방향 이정표를 따라 편평한 길로 5분만 가면 철조망이 쳐진 MBC 송신탑. 철조망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가면 체육공원이 나오고 곧이어 송신탑 진출입 콘크리트 도로다. 이 도로를 따라 200m가량 내려가다 오른쪽 비탈진 내리막 숲길로 3분만 가면 부산개인택시사업조합 앞 초읍고개 도로에 닿는다. 횡단보도를 건너 곧바로 산길로 접어든다. 평일이지만 오가는 산꾼들이 제법 눈에 띈다. 10분 후 초읍삼환아파트 뒤편 안부 사거리. 왼쪽은 어린이대공원, 오른쪽은 금용암과 사직야구장 쪽으로 가는 길이지만 곧바로 직진한다.

산불초소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 완만한 오르막을 타고 10분쯤 가면 금정산성이 시작되는 삼거리. 직진하면 성지곡수원지 쪽으로 가는 길이지만 이곳에서 3시 방향으로 꺾어 산성을 따라 오른다. 거대한 돌담 같은 산성을 따라 15분 정도 천천히 오르면 마침내 금정봉 정상이다. 동래구와 금정구 연제구 부산진구 등 주변 지역은 물론이고 멀리 영도 봉래산과 부산 북항까지 대부분 눈에 든다. 진행 방향에서 오른쪽 내리막은 금용암을 거쳐 사직동으로 내려가는 길이지만 능선을 따라 직진한다.

 
  산성의 흔적을 따라 오르면 금정봉 정상에 이른다.
3분이면 논 한 마지기 정도의 널따란 멍석을 깔아 놓은 듯한 전망 좋은 너럭바위를 만나는데 일명 '덕석바위'다. '덕석'은 멍석의 경상도 지역 사투리. 그러고 보니 마치 멍석을 깔아 놓은 듯하다. 덧붙이자면 이 바위 아래에 베틀굴이라는 동굴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주민들이 이곳으로 피신해 생명을 건졌으며 남편이나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여인들이 이곳에 숨어 살면서 베틀로 군포를 짜서 남자들을 도왔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5분 후 낙동정맥길과 합류하는 쇠미산체육공원 사거리. 금정산에서 백양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다. 왼쪽은 백양산, 오른쪽은 금정산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넓은 길을 따라 오른쪽 금정산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이제부터는 부산 산꾼들에게 익숙한 능선길이다. 15분쯤 걸으면 KBS중계소 지나 '산어귀 전망대'다. 벤치와 망원경 등을 갖춘 이 전망대에서는 윤산과 (회동동)아홉산 장산 달음산 금련산 황령산 배산 등이 훤히 보이고 해운대와 광안대교까지 시원하게 펼쳐진다.

새로 깔끔하게 정비된 나무계단을 따라 2분만 내려서면 만덕고개. 도로를 건너 곧바로 남문 및 금정산 정상 방향으로 향한다. 중간에 석불사 및 상계봉 가는 길 등과 연결된 갈림길을 세 차례 만나지만 애오라지 주능선만 놓치지 말고 제2망루 방향으로 40분가량 걷는다. 기암 즐비한 주능선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상계봉과 병풍암이 뚜렷이 드러난다. 케이블카 승강장 300m 못 미친 갈림길에서 희미한 오른쪽 내리막길을 타야한다. 길 찾기 어려운 지점이지만 촘촘히 매달아 놓은 근교산 안내리본을 참고하자.

 
  일명 쇠미산 덕석바위. 이 바위 아래에 베틀굴이 있다.
5분 후 달성 서씨묘를 지나고 다시 2분 뒤면 계곡을 사이에 둔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금강대옥불사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옥불사 입구로 향하는 길이다. 후자를 택한다. 3분 뒤 전망대를 거쳐 내려서는 길은 약간 가파르지만 크게 불편함은 없다. 이 길은 오가는 산꾼들이 거의 없어 모처럼 한적함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다. 왼쪽 계곡 건너편 바위 쪽으로 불상을 새겨 놓은 금강대옥불사가 보인다. 10분쯤 더 내려서면 옥불사 입구 도로를 만난다. 200m쯤 내려가다 왼쪽 산으로 들어서면 능선 내리막을 타고 가는 셈이 된다. 10분이면 대덕사 일주문과 만난다. 산행은 이곳에서 마무리.

만덕1터널로 향하는 도로를 만나지만 갓길을 따라 터널 쪽으로 300m가량 이동, 지하도를 통과하면 지하철 1호선 동래역까지 가는 마을버스가 기다린다.


◆ 떠나기 전에

- 운 좋으면 훈련 중인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 만날 수도…

산행 들머리인 화지공원 내 화지사 대웅전에는 특이한 볼거리가 있다. 아담한 규모의 대웅전에 서예가인 묵선자 박지명 선생이 공단천에 직접 쓴 화엄경이 놓여 있는 것. 주지인 도관 스님은 "화엄경은 글자 수만 90만 자에 이르는, 불경 가운데 가장 긴 경전인데 박 선생이 1년4개월여에 걸쳐 하루 3000자씩 직접 쓴 역작"이라며 "2개월 전 우연히 인연이 닿아 이곳으로 옮겨 오게 됐다"고 밝혔다. 화엄경이 쓰여진 이 공단천은 펼쳤을 경우 길이만 무려 16㎞에 달하고 무게도 1t이 넘는다고 한다. 정묘와 배롱나무는 낮은 쇠울타리에 쌓여 있는데 묘소 관리인의 허락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다가는 자칫 관리인과 마찰이 빚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한편 금정봉은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의 단골 산악달리기 훈련장이다. 운이 좋으면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만나는 '대박(?)'을 맛볼 수도 있다. 금정봉을 쇠미산으로 부르는 것은 옛날에 쇳물이 나왔는데 '쇳물산'으로 부르다 세월이 흐르면서 '쇠미산'이 됐다는 설이 있다. 금정봉 주변에 '쇠미산 등반안내도'가 많다.


◆ 교통편

- 63, 33, 44번 등 시내버스 이용해 양정현대아파트 앞 하차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하다. 부산역이나 노포동버스터미널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양정역에 하차 후 3번 또는 5번 출구로 나와 초읍 방향으로 5분가량 걸으면 하마정사거리다. 횡단보도를 건너 연지·초읍 방향으로 200m만 걸어가면 들머리인 화지공원에 닿는다.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사상역 구포역 방면에서는 33번 시내버스를 타면 되고 해운대 방면에서는 63번, 남구 용호동과 대연동 등에서는 131번, 금정구 금사동 서동 방면에서는 179번, 해운대구 반여동 안락동 방면에서는 44번 버스를 타면 된다. 양정현대아파트 정류소에 하차. 산행 후에는 날머리인 만덕1터널 인근 지하도 앞에 동래구마을버스(동래3번) 회차장이 있다. 명륜동 지하철역과 동래지하철역까지 갈 수 있으며 7~8분 간격 운행. 요금은 850원이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화지문화회관 앞 주차장을 이용할 수도 없고 주변 주차장 역시 마땅찮다. 산행 후 차량 회수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피하는 것이 좋겠다.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 500-5169 김원진 산행대장 016-803-2750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입력: 2009.12.17 20:08 / 수정: 2009.12.17 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