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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표현]/My Diary

[2010.6.3] 6/2 울동네 투표소에서는 이런일이 있었다.

by 해운대등대지기 2010. 6. 3.

 

2010. 6. 2 전국동시 지방선거 투표일

 

아침 9시 반 경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남편의 전화를 받고 함께 투표소로 향했다.

투표소 부근에 주차를 하려는데 고급외제차인 벤* 한대가 일방통행길을 떡하니 점령(?)하고는

운전석에서 중년의 남자가 내리더니 곧 뒷좌석 문을 열어 보행보조장구에 의존해 겨우 거동하는 할머니 한분을 부축에 차에서 내리시는 걸 도와주더니 이내 길을 열어줘서 우리도 바로 주차를 하고,

남편과 '저런 노인분들이 이번 투표를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라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투표장에 들어갔다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고 투표용지 넉장을 받아들고

나의 바로 앞줄에서 선 중년남자와 그 남자의 부축을 받으며 기표소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도 바로 옆 기표소에 들어갔다.

 

교육감 교육의원 뭐.. 그렇게 먼저 투표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기표하려던 순간

내 옆 기표소에서 그 중년의 남자의 목로리가 들려왔다.

"여기 찍으이소.".. 잠시 후 "여기 찍으이소."

'어라?'

그리고 또 "여기 찍으이소"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서둘로 기표를 마치고 기표소에서 나오며

선거관리위원인지 구청 공무원인지 모르겠지만 투표소를 관리하는 여자분께

 

"저기 옆에서 여기 찍으라 저기 찍으라 이야기 하는데... 선거를 그렇게 해도 되는겁니까?"

하고 조금은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아! 저희가 못봤습니다. 나오세여 두분" 그 여자분이 말했다.

 

기표소에 있던 중년의 남자는 엉거주춤 나오고 할머니는 계속 기표를 하려고 시도하는 듯 곧이어 그 여자분이

"아니.. 할머니 하지마세요... 지금 하시면 안됩니다." 며 투표를 중단시켰다.

 

그 두 사람의 기표소 앞에서 앞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남편도 그제야 한 기표소에 2명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투표를 이렇게 합니까? 참관인들은 도대체 뭐하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우리는 그냥 모셔다 드리고 나오실 줄 알았지... 미처 신경을 못썼습니다. 투표용지는 회수했는데 기표가 안됐습니다. 참관인들 나와서 확인하시죠"

 

그렇게 처리되려할때 남편은 이건 명백히 선거법 위반이다 대리투표 아니냐... 그러면서 경찰에 전화로 신고했다.

 

선관위 직원 쯤 보이는 그 여자분이 중년남자와 할머니에게 경위를 물어봐야 하니 잠깐 있으라며

참관인들의 확인 후 회수한 무효표를 모아두는 듯한 상자에 회수된 투표용지를 넣었다.  그 즈음에 남편은 두번째 기표를 마치고 기표소에서 나오는데 그 여자분이 우리 남편에게

"어? 아까 그분 어디갔어요"라고 물었다.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압니까? 선관위에서 잡고 있어야지" 남편이 대답했다.

 

내가 "혹시 밖에 고급외제차 벤* 있나 보세요..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해서 아직 많이 가진 못했을거예요"

그리고는 서둘러 선관위 직원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마침 그 차는 아직 출발하지 않고 있었고 때마침 지구대 소속 순경들이 도착했다.

 

순경이 오자 그 중년의 남자는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자기는 잘못이 없단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와 함께 투표하러 왔는데 노모가 자꾸 빈 공간에 기표할려고 해서

기표할 장소를 알려준거 뿐인데 우리부부가 나서서 자기를 매도한다나 어쨌다나?? 그러면서 너희들도 나이 들어봐라며 오히려 우리부부를 나무랬다. 나원 참....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명백한 불법행위를 하고도 저렇게 당당하다니...

 

"그럼 왜 아까는 찍소리도 못하고,  도망가려다가 잡혀서는 인제와서 생각해낸 변명이 그거냐?"

며 울 남편도 큰소리로 맞섰다.

 

그리하여 가까운 지구대까지 가서 정황을 설명하고 있자니 관할경찰서 선거사범 단속반에 관할 선거관리위원장이라는 사람까지 와서 사건의 전말을 물어서 다시 이러저러 설명을 했다.

 

경찰은 그저 이웃간에 좋게 해결보는게 좋겠다는 눈치를 보였지만

우선 노모를 모시고 온 정황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건 명백한 불법이니 저 분이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시인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상세한 내막은 경찰에서 조사해서 알아내고 우리에게 결과만 알려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남기고 우리 부부는 지구대를 나왔다.

 

그리고 오늘 관할 경찰서 지능범죄 수사대에 가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왔다.

 

그 중년남자와 할머니는 모자관례라는 것은 확인되었다 한다. 그나마 다행인듯하지만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미쳐 잡아내지 못하는선관위도 문제고

자기네 정당 후보가 불법행위로 피해를 볼지도 모르는데 그냥 꿔다논 보리자루처럼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있는

참관인들도 문제고... 

 

무슨 선거를 왜 하는지... 무슨 일을 할 사람을 뽑는 건지, 누가 후보로 나왔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지 못하고 무작정 투표권을 행사 할 수 밖에 없는 유권자들의 알권리도 문제고

그 유권자들의 알권리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묵살되거나 무시되어지는 엄연한 불법행위가

주변에 만연하고 거기에 대한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자세도 문제있듯 보여

 어제 오늘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