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부산일보 2010.3.4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sectionId=1_12&newsId=20100302000186
미륵바위가 된 용왕의 아들... 바윗돌이 된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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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을 타고 가 보자. 이맘 때 봄 기운이 오른 낙동강 물비늘이 예쁘다. 수고스럽지만, 무궁화 좌석은 왼쪽 창가를 고집하자. 여유 자리가 많다면 역무원이 선뜻 창가 자리를 내준다. 구포역을 지나고 낙동강의 거대한 강줄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씨가 '가장 아름다운 강변길'이라고 표현한 곳. 수양버들과 갈대가 서로 몸 부비고 있다.
밀양 삼랑진 만어산(萬魚山·670.4m) 가는 길. 모처럼 차를 버리고 열차를 탔다. 40분 내내 창밖을 쳐다봐도 지겹지 않다. 이 물길로 용왕의 아들을 따라 수만의 물고기들이 만어산으로 줄지어 갔을까. 그리고 맑은 종소리를 내는 바윗돌이 됐을까. 만어산 봄맞이 산행. 4대강 공사로 낙동강은 시름하고 있지만, 그래도 수만년을 이어온 그 모습으로 의연하게 흐르고 있다.
밀양시의 읍소재지이지만, 밀양 만어산이 아닌 삼랑진 만어산이 익숙하다. 육로가 변변찮아 낙동강 수운이 유용했던 조선시대, 낙동강 본류와 밀양강이 만나는 물류의 중심축. 넓은 평야로 인해 물산이 풍부한 곳. 그래서 4일과 9일 열리는 5일장은 인근 수산·무안장과 함께 큰 축에 속했다. 분단 이데올로기에 희생되는 민초의 삶을 그린 요산 김정한 선생의 소설 '뒷기미 나루'도 낙동철교 위쪽 뒷기미가 배경이다.
미륵바위가 된 용왕의 아들 …
바윗돌이 된 물고기들 …
부산역에서 출발한 서울행 무궁화호는 42분만에 삼랑진에 도착했다. 우곡마을 입구까지 10분 남짓 마을 버스를 타고 가서 산을 향해 걷는다. 우곡마을 입구~만어사~만어산~점골고개~610봉~감물고개~590봉~구천산~영천암 입구까지 9.9㎞. 걷는 시간만 5시간 이상 걸리는 넉넉한 거리이다.
우곡마을 입구에서 버스를 내려 만어사 쪽 임도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포장로인데다 확장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만어사 4㎞'란 이정표를 보고 5분 쯤 걸어올라가다가 '선명사 장군당' 표지판을 보고 우측으로 접어든다. 이 길도 산길에 이르기까지 포장된 농로이다. 전원주택에서 키우는 수십 마리의 강아지들이 마중을 한다.
장군당 최종 표지판에 도착하면 오른쪽 오름길을 택한다. 길의 끝에는 잘 조성된 납골묘역이 있다. 출발한 지 30분이 걸려 납골묘역을 지나야 능선으로 이어지는 다소 가파른 산길이 나온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능선을 오른다. 기온이 부쩍 올라 벌써 땀이 난다. 40분을 더 걸어 만어산 이동통신기지국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나면 왼쪽으로 간다. 만어사가 있다.
만어사 경내 게시판에는 주지스님 명의의 '방'이 붙어 있다. 키우던 진돗개가 방문객을 놀라게 해 실족사고가 나서 송사가 생겼단다. 개를 묶어 두었지만 치료비의 4할 정도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으니 '절에서 개 키울 때 조심하세요'라는 내용이다. 사실 작은 암자에 가면 개를 키우는 곳이 종종 있다. 방범 등의 목적이겠지만, 거칠게 짖어대면 당황스럽다. 이럴 땐 순한 개가 좋다.
용왕의 아들이 미륵바위가 된 것을 모신 '어산불영' 뒤로 만어산 등산로가 나 있다. 20분 쯤 가파르게 능선을 오른다. 넓은 공터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이동통신기지국이다. 이 일대를 아우르는 높은 지대이기 때문에 중계탑을 세웠겠다. 좋은 자리는 탐을 내는 사람이 많다.
10분을 더 걸어 점골고개에 도착했다. 오른쪽으로 우곡마을로 내려서는 농로가 있다. 중간에서 하산하고 싶다면 이 길을 이용하면 된다. 점골에서 무덤을 지나 610봉으로 올라선다. 10분 쯤 지나면 좌측 사면으로 갈라지는 길이 있으나 능선으로 올라야 한다. 표지가 잘 달려 있다. 610봉에서도 능선을 따라 우곡마을로 내려서는 길이 있으나 많이 이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봉우리를 못미쳐 좌측으로 가는 길이 맞다.
다행히 중계탑을 지나야 정상이다. 밀양시에서 세운 정상석이 아담하다. 멀리 낙동강이 보인다. 정상에 올라보니 물길은 낙동강에서 이어진다. 용왕 아들을 따라 동해 물고기들이 예까지 온 물길이 오롯하다. 북쪽은 밀양 단장면이다. 멀리 재약산과 가지산, 운문산이 운무에 가려 흐릿하다. 삼랑진에서 밀양 표충사로 가려면 밀양 시내를 거쳐야 하는데 단장면으로 가는 도로가 잘 닦여 있는 걸 처음 알았다.
정상에서 점골고개로 내려서는 주변은 온통 진달래 나무이다. 꽃 피는 시기에 다시 오면 정말 좋겠다. 한 20분이 지났을까. 외길에 꺾인 소나무가 있다. 고개를 적당히 숙여야 지나갈 수 있다. 바람에 꺾여 나무는 죽었지만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쳐주는 것일까.
오른편 산 아래 거대한 원형 건물을 짓는 공사 현장을 본다. 납골당이다. 삼랑진 우곡마을에서 단장면 감물리로 가는 감물고개에 도착한다. 이 구간 산길은 임도와 개발로 많이 훼손돼 있다. 감물고개에 직전에 산길이 끊긴다. 한 5분 걸을 산길이 있으나 이내 끊겨 도로와 만나니 차라리 왼쪽 임도를 이용한다. 감물고개에서 구천산(九天山·640m)으로 간다.
구천산은 9개의 봉우리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고도 하고, 예전에 아홉마리의 호랑이가 살고 있어서 붙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산이 깊다는 얘기겠다.
솔바람 소리가 시원하다. 기온이 부쩍 올라 더위를 느꼈는데 숲길에 들어서 솔바람을 맞으니 가슴 속까지 뻥 뚫린다. 특히 솔가지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며 쏴쏴 내는 소리는 청량감의 극치이다. 숲속에서 가장 비싼 에어컨 바람을 맞는 호사를 누린다. 20분쯤 올라 590봉에 이르면 좌측으로 당고개를 거쳐 금오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곧바로 능선을 따르면 길을 헷갈릴 염려는 없다.
갈림길에서 구천산으로 오르는 왼쪽 사면은 아쉽게도 산불이 난 자리였다. 바위 틈에 자리잡은 노송도, 능선에서 힘차게 쭉쭉 뻗어오르던 기상도 모두 희생되었다. 불이 약하게 지나간 나무는 밑둥치에 검은 상흔만 지닌 채 그래도 살아남았다. 산불 조심 또 조심.
구천산 정상부는 아기자기한 암릉의 연속이다. 보이는 곳마다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위 사이를 요리조리 돌고 오르며 하산을 시작한다. 날머리인 영천암 이정표까지는 1시간이면 내려선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길이 조금 희미하지만 능선을 계속 고집하다가 전면에 큰 공장이 보이는 곳에서 우측으로 살짝 비켜서면 영천암 입구로 이어진다.
밀양 삼랑진 만어산(萬魚山·670.4m) 가는 길. 모처럼 차를 버리고 열차를 탔다. 40분 내내 창밖을 쳐다봐도 지겹지 않다. 이 물길로 용왕의 아들을 따라 수만의 물고기들이 만어산으로 줄지어 갔을까. 그리고 맑은 종소리를 내는 바윗돌이 됐을까. 만어산 봄맞이 산행. 4대강 공사로 낙동강은 시름하고 있지만, 그래도 수만년을 이어온 그 모습으로 의연하게 흐르고 있다.
밀양시의 읍소재지이지만, 밀양 만어산이 아닌 삼랑진 만어산이 익숙하다. 육로가 변변찮아 낙동강 수운이 유용했던 조선시대, 낙동강 본류와 밀양강이 만나는 물류의 중심축. 넓은 평야로 인해 물산이 풍부한 곳. 그래서 4일과 9일 열리는 5일장은 인근 수산·무안장과 함께 큰 축에 속했다. 분단 이데올로기에 희생되는 민초의 삶을 그린 요산 김정한 선생의 소설 '뒷기미 나루'도 낙동철교 위쪽 뒷기미가 배경이다.
미륵바위가 된 용왕의 아들 …
바윗돌이 된 물고기들 …
부산역에서 출발한 서울행 무궁화호는 42분만에 삼랑진에 도착했다. 우곡마을 입구까지 10분 남짓 마을 버스를 타고 가서 산을 향해 걷는다. 우곡마을 입구~만어사~만어산~점골고개~610봉~감물고개~590봉~구천산~영천암 입구까지 9.9㎞. 걷는 시간만 5시간 이상 걸리는 넉넉한 거리이다.
우곡마을 입구에서 버스를 내려 만어사 쪽 임도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포장로인데다 확장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만어사 4㎞'란 이정표를 보고 5분 쯤 걸어올라가다가 '선명사 장군당' 표지판을 보고 우측으로 접어든다. 이 길도 산길에 이르기까지 포장된 농로이다. 전원주택에서 키우는 수십 마리의 강아지들이 마중을 한다.
장군당 최종 표지판에 도착하면 오른쪽 오름길을 택한다. 길의 끝에는 잘 조성된 납골묘역이 있다. 출발한 지 30분이 걸려 납골묘역을 지나야 능선으로 이어지는 다소 가파른 산길이 나온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능선을 오른다. 기온이 부쩍 올라 벌써 땀이 난다. 40분을 더 걸어 만어산 이동통신기지국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나면 왼쪽으로 간다. 만어사가 있다.
만어사 경내 게시판에는 주지스님 명의의 '방'이 붙어 있다. 키우던 진돗개가 방문객을 놀라게 해 실족사고가 나서 송사가 생겼단다. 개를 묶어 두었지만 치료비의 4할 정도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으니 '절에서 개 키울 때 조심하세요'라는 내용이다. 사실 작은 암자에 가면 개를 키우는 곳이 종종 있다. 방범 등의 목적이겠지만, 거칠게 짖어대면 당황스럽다. 이럴 땐 순한 개가 좋다.
용왕의 아들이 미륵바위가 된 것을 모신 '어산불영' 뒤로 만어산 등산로가 나 있다. 20분 쯤 가파르게 능선을 오른다. 넓은 공터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이동통신기지국이다. 이 일대를 아우르는 높은 지대이기 때문에 중계탑을 세웠겠다. 좋은 자리는 탐을 내는 사람이 많다.
10분을 더 걸어 점골고개에 도착했다. 오른쪽으로 우곡마을로 내려서는 농로가 있다. 중간에서 하산하고 싶다면 이 길을 이용하면 된다. 점골에서 무덤을 지나 610봉으로 올라선다. 10분 쯤 지나면 좌측 사면으로 갈라지는 길이 있으나 능선으로 올라야 한다. 표지가 잘 달려 있다. 610봉에서도 능선을 따라 우곡마을로 내려서는 길이 있으나 많이 이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봉우리를 못미쳐 좌측으로 가는 길이 맞다.
다행히 중계탑을 지나야 정상이다. 밀양시에서 세운 정상석이 아담하다. 멀리 낙동강이 보인다. 정상에 올라보니 물길은 낙동강에서 이어진다. 용왕 아들을 따라 동해 물고기들이 예까지 온 물길이 오롯하다. 북쪽은 밀양 단장면이다. 멀리 재약산과 가지산, 운문산이 운무에 가려 흐릿하다. 삼랑진에서 밀양 표충사로 가려면 밀양 시내를 거쳐야 하는데 단장면으로 가는 도로가 잘 닦여 있는 걸 처음 알았다.
정상에서 점골고개로 내려서는 주변은 온통 진달래 나무이다. 꽃 피는 시기에 다시 오면 정말 좋겠다. 한 20분이 지났을까. 외길에 꺾인 소나무가 있다. 고개를 적당히 숙여야 지나갈 수 있다. 바람에 꺾여 나무는 죽었지만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쳐주는 것일까.
오른편 산 아래 거대한 원형 건물을 짓는 공사 현장을 본다. 납골당이다. 삼랑진 우곡마을에서 단장면 감물리로 가는 감물고개에 도착한다. 이 구간 산길은 임도와 개발로 많이 훼손돼 있다. 감물고개에 직전에 산길이 끊긴다. 한 5분 걸을 산길이 있으나 이내 끊겨 도로와 만나니 차라리 왼쪽 임도를 이용한다. 감물고개에서 구천산(九天山·640m)으로 간다.
구천산은 9개의 봉우리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고도 하고, 예전에 아홉마리의 호랑이가 살고 있어서 붙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산이 깊다는 얘기겠다.
솔바람 소리가 시원하다. 기온이 부쩍 올라 더위를 느꼈는데 숲길에 들어서 솔바람을 맞으니 가슴 속까지 뻥 뚫린다. 특히 솔가지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며 쏴쏴 내는 소리는 청량감의 극치이다. 숲속에서 가장 비싼 에어컨 바람을 맞는 호사를 누린다. 20분쯤 올라 590봉에 이르면 좌측으로 당고개를 거쳐 금오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곧바로 능선을 따르면 길을 헷갈릴 염려는 없다.
갈림길에서 구천산으로 오르는 왼쪽 사면은 아쉽게도 산불이 난 자리였다. 바위 틈에 자리잡은 노송도, 능선에서 힘차게 쭉쭉 뻗어오르던 기상도 모두 희생되었다. 불이 약하게 지나간 나무는 밑둥치에 검은 상흔만 지닌 채 그래도 살아남았다. 산불 조심 또 조심.
구천산 정상부는 아기자기한 암릉의 연속이다. 보이는 곳마다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위 사이를 요리조리 돌고 오르며 하산을 시작한다. 날머리인 영천암 이정표까지는 1시간이면 내려선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길이 조금 희미하지만 능선을 계속 고집하다가 전면에 큰 공장이 보이는 곳에서 우측으로 살짝 비켜서면 영천암 입구로 이어진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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