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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Open water Swimming

[100131]23회 북국곰 수영대회

by 해운대등대지기 2010. 2. 4.

 

 

2010년 1월 31일 해운대

작년에 이어 2번째로 북극곰 수영대회 참석했다.

 

작년에는 동호회 회원들과 나 혼자였지만 올해는 남편까지 함께...

 

작년에는 무척 포근한 날씨로 햇살도 따스해서 마치 이른 여름철 해수욕장 분위기로 착각할 정도였는데

올해는 그리 많이 추운편은 아니었지만

오전엔 구름이 많고 흐린날씨라 

슈트를 입지않고 알탕(?)하는 1차 행사에 적지않은 부담이 왔다.

 

함께  참석한 회원들 대다수가 알탕(?)은 사양하고

핀수영만 하겠노라 했지만

원래 북극곰대회가 알탕(?)의 전통이라

우리부부는 용기를 내었다.

 

롯데자이언츠 야구단 치어리더들의 구령에 맞춰

간단히 몸을 풀고 카운트 다운을 마치고

"와~~~~~"하는 함성과 함께 바다에 풍덩 빠졌다.

 

흐미~~~ 추운거....

예상대로 살들이 쪼개질 듯 물은 차가웠다.

작년엔 파도타고 놀기도 했는데

탱탱볼 잡으러 좀 멀리 나가는 것도 힘들만큼....

잠깐 허우적(?)거리다 밖으로 나오니

온몸이 빨가니... 열이 후끈나는듯했다.

알탕(?)은 묘미가 그것 아니것는가...ㅋㅋ

 

그리고 이어지는 핀수영대회

전날 남편은 처음 도전하는 핀수영대회의 적쟎은 부담을 느끼는 듯

친구 모친상에 다녀오면서도

 그 좋아라 하는 술한잔 안하고 일찌감치 집에 돌아왔다.

 

정작 2부 출전이면서 나랑 하겠노라고 3부 남성50대이상과 여성 경기에 참가했다.

회원들과 출발 전 화이팅을 외치고 천천히 꼴찌라도 완영만 하자며 약속했다.

 

600 * 150m 1바퀴 돌아 오는 1.5 km 경기였는데

처음 출발에서 150m 까지는  예상보다 무척 순조로웠다.

남편의 오른쪽에서 수영하던 나는 남편은 대견해 하면서 완영의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웬걸

150m 첫 모퉁이를 돌고 나서

한 젊은 여성 참가자와 남편 이렇게 둘이서 점점 뒤쳐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계속 독려를 하는데 남편은 갑자기 배영자세를 취하더니

팔도 젖지 않고 발차기만 하고.. ㅠ.ㅠ

 

그 아가씨는 앞서가는 다른 참가자들을 보며

"우아~~ 저 사람들 장난이 아니네..."를 연발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데

울남편은 자꾸 멈춰서니  

더욱더 쳐지기만 했다.

 

 무척 힘들어 보였다.

 

처음엔 걱정도 되다가

'에이~~ 뭔 사람이 좀 잘해보려고 노력을 안하냐... '하는 마음이 들기도하고

 

그래도 안쓰러운 마음에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어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부표 3개만 더가서 쉬자", "10번만 팔 젖고 가서 쉬자"

그렇게 계속 다독이며  함께 가는데

안전요원이 걱정이 되는지 제트스키를 타고 천천히 우리 뒤를 따라오면서

"화이팅~~!"을 외쳐주었다.

 

그렇게 그렇게 150m +600m+ 150m 를 가고 결국엔 600m를 남겨두고

남편은 포기했다.

 

지난 9월 바다수영을 시작하고

서너번 바다에 들어갔지만

매번 조금하다가 힘들다며 되돌아 가곤했었다.

 

그래도 대회 전엔 나름 적응훈련(?)도 하고

수영장에서 빡세게 1km 씩 연습도 했건만

바다에서는 처음하는 장거리여서 그런지

체력도 급격히 저하되고 속도 메스껍고 어지러워 더이상 못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나는 내심 남편이 극복해서 비록 꼴찌지만 완영해주길 바랬었다.

뭐 있쟎은가... 마라톤 도착지점에서

천신만고끝에 꼴찌로 도착한 주자가 감격해하고

주변에 모든 사람이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는 감동의 드라마 같은 모습.

 

그러면 정말 자랑스럽게 꼭 안아줘야지 뭐 그런 상상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내 욕심이었지 싶다.

 

덕분에 나도 완영을 포기하고 모래사장을 터벅터벅 걸어 도착지점까지 가는데

얼마나 아쉽던지...

 

남편에게

"사람이 시작을 했으면 끝은 맺어야지..."라며 볼멘 소리를 하자

멋적은듯 내 뒤를 말없이 따라 걸었다.

 

 우리부부가 포기하기 전까지

추운 바다에서 고생하며 기다려주고 화이팅 외쳐주신

안전요원분들께 감사드린다.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한 울남편

 

" 나 짜증냈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마

당신도 나랑 등산하면서 처음에 내가 잘 못따라 간다고

많이 구박했었쟎어.. ㅋㅋ

 

그래도 그건 맞네.

함께 10km 마라톤 할때면

나랑 뛰면서도 나 힘들다고

나 대신 물도 가져다 주고 했던거...

 

담번엔 짜증안내고 옆에 있어줄께...

 

나도 알아! 아직 중급반을 못벗어났는데도

마누라 따라 대회 참가하는데 얼마나 용기가 필요하고

그 날 당신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여봉! 정말 수고했어~~~~

 

우리 이제부터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번 대회에서는 꼭 함께 완영하자구.... 화이팅!"

 

 

***

 

 

 

(울부부 열심히 뭄푸는 모습이 잠깐 담겨있길래 부산일보에서 퍼왔음)

 

 

 

 

 

(알탕(?) 후 모래사장으로 나오면서... 추위 안타는 울남편 얼슬 표정에서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상상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