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학산 비해 한결 여유로운 억새산행지
- 철마면 임기마을 기점 4~5시간 원점회귀
- 철마산 백암산 망월산 풍광 '막상막하 '
- 접근성 좋고 길 평이… 가족나들이 적격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하고 한낮 기온도 섭씨 20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니 산행하기에 가장 좋다고 하는 계절이다. 가을에는 억새와 단풍 산행이 떠오른다. 남도의 산꾼들은 지역적으로나 시기적인 요인에 따라 아무래도 억새산행을 먼저 하게 되고 단풍산행은 뒤로 미뤄 놓는다. 그렇다면 어느 산으로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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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부산 기장군 철마면과 정관면의 경계를 이루는 망월산 능선에 펼쳐진 억새밭을 통과하고 있다. 기장 철마산~망월산 코스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비교적 덜 알려진 억새산행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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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유명한 억새 산행지를 꼽아보자. 경남 울산권의 화왕산 신불산 재약산, 대구 경북권의 비슬산, 호남권의 지리산 만복대와 천관산 장수산, 충청권의 오서산, 강원권의 민둥산, 경기권의 명성산 등이 얼핏 생각난다. 이들 산은 '억새산행의 고전지역'이라고 불리고 10월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산꾼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부산에서는 승학산이 최고의 억새 산행지로 꼽힌다. 이곳 역시 10월 중순까지 주말이나 휴일이면 발 디딜 틈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붐빈다.
이미 한 차례 이상씩 이들 유명 억새 산행지를 답사한 바 있는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이번주 '가을맞이 억새 산행지'로 부산 시내의 아담한 산을 택했다. 기장군 철마면과 정관면에 걸쳐 있는 철마산(鐵馬山·605.4m)~망월산(望月山·549m) 원점회귀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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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산에서 바라본 정관신도시와 달음산(맨 왼쪽), 매암바위(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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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산은 부산의 산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정관신도시 일대를 내려다보고 있는 망월산 역시 철마산의 명성에는 뒤처지지만 웬만한 이는 알고 있는 산이다. 근교산 시리즈에서도 철마산은 코스별로 2, 3회 답사한 바 있고 망월산 역시 철마산~백운산 종주산행 편에서 다룬 바 있다. 또다시 이들 산으로 답사를 나선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바로 억새 때문이다.
이번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억새밭은 신불산 재약산 화왕산의 그것처럼 광활한 수준은 아니다. 아담하다고 할 정도로 작은 규모다. 하지만 억새 산행지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한적해 여유롭게 가을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부산 시내에서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할 수 있고 배낭도 가볍게 꾸려 부담 없이 다가설 수 있다
는 것이 큰 매력이다. 물론 기존에 답사했던 길은 최대
한 피했다. 철마산으로 오르는 길과 망월산 지나서 하산
하는 길도 새롭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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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산 전망대에서 풍광을 살피고 있는 지동석(왼쪽), 김진형 소방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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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겸 날머리는 부산 기장군 철마면 임기리 버스 종점이다. 코스를 전체적으로 요약하면 임기버스종점~임기마을회관~지장암 입구~지장암(삼성각 오른쪽으로 진입)~갈림길~쉼터~무명묘~서봉 밑 능선 이정표~전망대~철마산~안부 이정표~임도~574봉(소산봉)~소두방재~헬기장~매암산~망월산~철탑~해밋고개(이정표)~임도~용화사(다빈원)~상곡마을~임기저수지~지장암입구~버스 종점 순이다. 산행거리는 13㎞로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다. 초반과 후반, 합쳐서 4㎞ 정도의 임도를 걷게 되고 억새밭 주변도 거의 평지나 마찬가지여서 크게 힘든 구간이 없다. 휴식을 포함해 5시간이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코스다.
임기리 버스 종점에서 마을 쪽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마을회관을 만난다. 다리를 건너 임기천 왼쪽 길을 타고 마을을 통과하면 계곡 옆 임도를 따라 지장암 입구까지 10분가량 걷는다. '상수원보호구역'을 알리는 현수막이 여러 개 보인다. 임기천과 상류의 임기저수지는 임기리 주민들의 식수로 사용되기 때문에 절대로 오염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자. 지장암 입구 초소 앞에서 오른쪽 다리를 건너 200m만 오르면 지장암이다. 무량수전 앞에는 철마가 얹힌 작은 바위 앞에 '철마탑'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옛날 동해 용궁 용왕의 명을 받은 용마가 잦은 해일과 홍수로 피해가 큰 이 지역에 출현해 물을 다스리고 수해를 없앤 후 미처 환궁하지 못하고 서서히 몸이 굳어 철마가 됐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전설은 바로 철마면과 철마산의 지명 유래에 얽힌 유명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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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 인근 억새밭 울타리를 따라 운치 있는 산행로가 열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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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위 삼성각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물 마른 작은 지계곡이다. 길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계곡을 따라 30여 m만 올라가면 횡으로 달리는 훌륭한 산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오른쪽 직진 방향을 잡고 10분쯤 가면 의자 역할을 하는 작은 바위가 2~3개 있는 쉼터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지능선을 타고 오른다. 여태까지와는 달리 제법 경사가 가팔라진다. 20분 후 무명묘를 지나 10분만 더 오르면 이정표가 있는 서봉 아래 능선 갈림길. 주능선에 오른 셈이다. '철마산 0.3㎞' 표시를 보고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3분 후 오른쪽 조망이 탁 트이는 전망대에 서면 다방봉에서 장군봉 계명봉 고당봉 원효봉 의상봉 대륙봉 상계봉까지 이어지는 금정산 주능선이 모두 드러난다. 또 회동수원지와 회동아홉산 윤산은 물론이고 멀리 백양산과 장산 영도 봉래산 등 부산 시내 대부분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기막힌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용왕에서 파견된 용마의 전설이 깃든 철마산 정상까지는 2분이면 족하다. 정상을 지나 내리막을 따르면 2분 후 만나는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계속되는 내리막 10분 후 이정표가 있는 안부 갈림길. 왼쪽은 우영골을 따라 임기마을로 하산하는 길이다. 수년 전 근교산 시리즈에서 거문산~철마산 코스를 답사할 때 하산했던 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진 방향 능선을 택해 약간의 오르막을 탄다. 10분 후 이정표가 있는 임도를 만나면 일단 임도를 건너 산길을 탄다. 이곳부터 서서히 억새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어느샌가 억새 군락지로 변한다. 곳곳에 쉼터를 겸한 벤치와 목제 울타리가 보인다. 주변은 온통 억새 천지다. 15분 정도 줄곧 억새밭을 끼고 걷다보면 돌 무더기가 있는 574봉에 닿는다. 일명 소산봉으로도 불리는 이 봉우리에 서면 정관신도시와 문래봉 달음산 동해까지 한눈에 드러나고 북쪽으로는 매암산과 망월산 백운산까지 조망된다.
망월산 방향인 북쪽으로 길을 잡아 3분만 내려서면 벤치 4개와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 즉 소두방재다. 옛날 정관 주민들이 동래까지 왕래할 때 개좌고개와 함께 주요 통행로로 사용했다는 고개다. 오른쪽은 소산벌과 문래봉 달음산 중리 방향이지만 계속 직진한다. 3분 후 키 작은 소나무가 드문드문 자라고 있는 헬기장에 반가운 '준·희' 표지판이 보인다. 본지 근교산 취재팀의 제2대 산행대장을 역임한 최남준 선생이 설치한 이 표지판에는 '용천지맥 555·0m'라고 표기돼 있다. 널따란 길을 따라 3분쯤 더 가면 두 번째 헬기장 직전에 이정표를 보고 오른쪽으로 40m쯤 들어가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큰 바위 위에 올라서 있음을 알게 된다. 매암산 정상석이 있는 곳이다. 매가 살았다고 매바위 또는 산을 닮은 바위라고 해서 뫼바위라고도 불렸던 이 바위는 현재 매암바위 또는 매암산으로 불린다. 기장 8경 중 제6경인 소학대(巢鶴臺)가 바로 이 매암바위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소학대란 학이 둥지를 짓고 살았다는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북쪽에 우뚝 솟은 바위 절벽에 망월산 정상이 보이고 발아래로는 정관신도시, 고개를 들면 달음산과 동해바다 문래봉 장산 등이 그려내는 풍광이 시원스럽게 드러난다.
매암바위에서 다시 이정표 앞으로 나와 임도처럼 널따란 길을 따른다.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한 능선상의 방화선 역할을 하는 길로 보인다. 이쯤에서 억새밭은 거의 끝난다. 5분 후 우뚝 솟은 바위봉 앞에서 소학대 안내판을 끼고 오른쪽 바위 위로 오르면 망월산 정상이다. 산불감시초소와 정상석이 있다.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나 전망을 살피니 이번 산행 코스 중 최고의 조망을 보여준다. 기존의 풍광들과 함께 조금 전 거쳐온 매암바위의 절경이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울산 대운산, 북서쪽에는 양산 천성산까지 눈에 드는 절대 조망처다. 왼쪽으로 하산하는 길을 따라 1분쯤 내려서면 다시 넓은 능선길이다. 이제는 백운산 방향인 북쪽으로 길을 잡는다.
15분 후 철탑을 지나고 5분만 더 내려서면 안부 갈림길이다. 일명 해밋고개. 이곳에서 직진하면 백운산으로 가는 길이지만 새로운 하산로 개척을 위해 왼쪽으로 꺾어 계곡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60m쯤 내려서서 임도를 만나면 가로지른 후 계속 계곡 쪽 산길로 내려선다. 10분 후 T자형 갈림길. 임도처럼 보이는 널따란 길이다. 왼쪽으로 꺾어 이 길을 계속 따르면 10분 후 용화사와 다빈원 간판이 함께 있는 임기천 최상류에 닿는다. 차량 통행도 가능한 널따란 임도다. 오른쪽으로 꺾어 임도를 따르면 임기저수지를 지나 지장암 입구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이곳에서 임기마을 버스정류장까지는 15분 정도 잡아야 한다.
# 산중한담(山中閑談)
- 산불예방 홍보하며 산행즐기는 멋쟁이 소방관들 조우
"소방관으로서의 체력 단련을 게을리할 수 없죠. 그래서 비번날만 되면 풍광과 억새밭이 멋진 철마산을 자주 찾아요. 그리고 이왕이면 산불조심 캠페인이라도 벌이자는 뜻으로 산불조심 리본을 매달면서 가지요."
철마산~망월산 산행 도중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다. 처음엔 그저 평범한 산꾼이겠거니 했는데 대화를 나누다가 이들이 부산의 소방관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산 항만소방서 소속 제1소방정대 지동석(54) 대장과 금정소방서 김진형(40) 대원. 김 씨가 금정소방서로 옮기기 전 소방정대에서 대장과 대원으로 근무했던 인연이 함께 산행을 하는 산친구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들이 쉬는 날마다 산행을 하는 이유는 체력을 유지하고 정신적 피로도 풀기 위해서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주요 갈림길마다 리본을 다는데 그들의 리본은 일반적인 리본과 달리 양면에 모두 글씨가 인쇄돼 있었다. 전면에는 소방서 대표 전화번호인 '119'와 '소정산악회', 뒷면에는 굵은 글씨로 '산불조심'이라는 글씨가 뚜렷하다.
# 교통편
- 도시철도 범어사역·노포터미널서 임기행 마을버스 이용
부산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 앞 버스정류장 또는 노포동종합터미널 앞에서 임기행 금정구 마을버스인 용진여객 2-2번을 이용한다. 오전 6시30분부터 밤 11시3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교통편은 매우 편리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국도 7호선을 타고 울산 방향으로 가다가 임기마을입구교차로에서 우회전, 임기1교를 지나면 임기마을 표지석이 있다.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500-5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