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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등산자료

[국제신문]근교산&그너머 <706> 진해 천자봉~시루봉

by 해운대등대지기 2010. 12. 29.

 

출처 - 국제신문 http://www.kookje.co.kr/news2006/asp/center.asp?gbn=v&code=2200&key=20101224.22028192422

 

 

시리바위 아래서 신비로움에 젖고… 안민도로 걸으며 숲 향기에 취하고…
진해시가지 동쪽 자연 성벽같은 능선길
드림파크 기점 삼은 원점회귀 코스
4시간 안팎 편하게 걷는 가족산행지
거가대교 가덕도 거제도 한 눈에 조망

경남 진해는 올해 중반까지 행정구역상 '시(市)' 단위였지만 통합 창원시가 탄생하면서 '구(區)' 단위로 재탄생했다. 봄이면 시가지 전체가 벚꽃으로 뒤덮이는 아름다운 항구도시이자 대한민국 해군의 모항이기도 하지만, 이제 더 큰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행정구역 명칭의 격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터. 하지만 진해가 산꾼들로부터 인기 있는 도시라는 점은 아직 잘 모르는 이가 많다. 남쪽에는 옴폭한 진해만 바다가 있지만, 나머지 3방향에는 장복산 덕주봉 웅산 시루봉 천자봉으로 이어지는 400~700m대 산줄기가 병풍처럼 도시를 감싸고 있다. 걸음 날랜 산꾼들은 하루에 장복산에서 천자봉까지(또는 그 반대 코스로) 종주산행을 하기도 하고 여유 있는 산행을 즐기는 이들은 각각의 산들을 독립적으로, 또는 두세 개 산을 연계해 산행하기도 한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정상부에 우뚝 솟은 바위가 인상적인 진해 시루봉을 향해 걷고 있다. 시리바위 또는 곰메바위로도 불리는 시루봉 정상 왼쪽으로 웅산 정상과 멀리 불모산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진해의 산이 인기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해안에서 가까운 까닭에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남해안의 풍광이 말할 수 없이 빼어난 데다 여러 암봉과 기암이 즐비한 능선을 걷는 산행의 맛 또한 좋기 때문이다.

'근교산 & 그 너머' 취재팀은 이번 주 여러 진해의 산들 가운데 천자봉(天子峰·506m)과 시루봉(653.5m)을 연계한 원점회귀 산행 코스를 답사했다. 사실 천자봉과 시루봉은 수년 전 소개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대밭령에서 올라 웅산을 거쳐 안민고개 방향으로 가다가 석동으로 하산하는 코스였기에 자가용 이용자들에게는 차량 회수에 적지 않은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 때문에 몇몇 독자들로부터 천자봉과 시루봉을 연계한 원점회귀 코스를 소개해 달라는 요구가 몇 차례 있기도 했다.

이번 천자봉~시루봉 산행에서는 수년 전 답사 때와는 또 다른 재밋거리도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 개통된 거가대교는 물론이고 대교의 양쪽 끝인 가덕도와 거제도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부산과 경남 대부분 지역으로부터 접근성도 좋고 남녀노소 누구라도 큰 힘 들이지 않고 산행할 수 있으니 한 해의 끝머리에 가족과 함께 가볍게 다녀와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적극적으로 추천할 만하다. 특히 산행 기점인 진해드림파크는 숲 체험장과 목재체험 전시관, 동백나무와 편백 숲 등이 조성돼 어린 자녀와 함께 둘러볼 수도 있다. 산행 후반부에는 진해의 명품 산책로인 '안민도로'를 따라 편하게 걸으며 숲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어 가족 산행지로는 금상첨화다.

 

 

 
산행은 진해구청(옛 시청) 인근 진해드림파크에서 시작해 출발지로 돌아오는 코스로 구성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드림파크 주차장~드림파크 내 연못(광석곡소류지)~영산 법화사 불상~임도(안민도로)~정자 쉼터 앞 산행로 입구~능선 갈림길~천자봉 정상~수리봉~철탑 등산안내판~갈림길~483.2m 봉~바람재(정자)~시루봉(시루바위 또는 곰메바위)~바람재~시루샘터~안민도로~해병 훈련체험장~목재체험 전시관 이정표~사방댐~대형 주차장 앞 갈림길~청소년수련원~주차장 순이다. 총거리 11㎞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이다. 휴식을 포함해도 5시간 내 마무리할 수 있다.

진해드림파크 주차장 화장실 오른쪽에 있는 드림파크 안내도를 지나면 곧바로 미니 골프코스 안내 초소가 있다. 광석곡 계곡에 널따랗게 조성된 드림파크 뒤로 마치 독수리가 날아가는 듯한 모습의 직벽 암봉인 수리봉, 그 오른쪽의 천자봉 정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곧이어 음식점 앞을 지나면 법화사 갈림길. 오른쪽 법화사 방향 임도를 따라도 되지만 연못이 나올 때까지 직진한다. 드림파크 내 잔디밭에서 어린이들이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뛰어놀고 있다.

들머리에서 연못까지는 10분 남짓. 연못 오른쪽 주차장을 지나면 곧바로 콘크리트 포장임도다. 오른쪽으로 200m가량 가면 왼쪽에 '동백나무숲' '굴거리나무숲'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 쪽으로 난 길로 들어서서 200m쯤 걸으면 Y자 갈림길.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지만, 일단 우측 흙길로 진입한다. 낙엽이 깔려 걷기 좋은 길이다. 우측 계곡에 영산 법화사가 보인다. 법화사를 오른쪽에 끼고 계속 오르면 키 3m가량의 석가모니불 입상이 나온다. 조성된 지 40년이 넘었다고 한다. 불상 앞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조금 전 Y자 갈림길에서 헤어졌던 왼쪽 길과 다시 합류, 오르막으로 방향을 잡는다. 곳곳에 긴 의자와 평상 등이 있어 쉴 만한 곳이 많다.

 
  천자봉 정상에 바라본 진해의 산들. 멀리 여인의 젖꼭지를 닮은 시루봉 정상이 도드라져 보인다.
5분 후 비포장 임도인 안민도로에 닿는다. 이정표상 '만장대 1.3㎞' 방향인 우측으로 방향을 잡고 안민도로를 따라 7분쯤 걸으면 오른쪽에 정자 쉼터가 있는 등산로 입구다. 119 표지 목이 서 있는 왼쪽 비탈로 치고 오른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나무계단 등으로 깔끔하게 정비된 등산로 중간마다 벤치가 제법 많다. 15분 만에 널찍한 안부 갈림길. 우측은 대밭령으로 가는 길이지만 정상은 왼쪽이다. 나무 덱 계단이 설치돼 걷기에는 편하다. 계단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진해만과 거제도 가덕도 그리고 거가대교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한 해 동안 쌓였던 마음속에 묵은 때가 일순간 씻어져 내리는 듯한 기분이다. 15분 만에 도착한 천자봉 정상. 자그마한 정상석에는 해발고도 465m로 표시됐지만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506m다. GPS 수신기의 고도계에도 509m로 표시되고 있으니 아무리 기기의 허용 오차를 고려하더라도 465m는 아닌 것 같다.

 
  천자봉 정상 남쪽으로 가덕도와 거제도가 보인다.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의 천자봉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 부산 신항과 가덕도 부산 사하구 일부 지역이, 남쪽으로 거가대교 거제도, 북쪽으로는 여인의 젖꼭지를 닮은 듯한 시리바위(일명 곰메바위)의 모습이 도드라져 보이는 시루봉과 웅산 정상, 불모산 등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진해 시가지와 안민고개 장복산에 이르기까지 병풍 같은 산줄기가 훤히 드러난다. 참으로 기막힌 풍광이다.

10분 후 서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이룬 수리봉을 살짝 우회해 10분만 더 가면 철탑과 산행안내도를 지난다. 살짝 내려서면 안부 갈림길. 왼쪽은 천자암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취재팀은 직진, 능선을 계속 탄다. 483.2m 삼각점 봉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갈림길이 나오는데 '웅동 행군로'라는 오래된 푯말이 보인다. 그렇다. 시루봉 일대는 해병대 훈련소가 포항으로 이전한 1980년대 이전까지 대한민국 해병대원이라면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었던 악명 높은 훈련장이었다. 50대 중반 이후의 예비역 해병들에게는 그만큼 아련한 추억의 산이다.

 
  산 아래에서 보면 독수리를 닮은 암봉인 수리봉의 위용.
편평한 능선을 따라 10분쯤 가면 정자 쉼터가 있는 바람재 갈림길. 왼쪽은 자은초등학교로 하산하는 길이다. 취재팀은 시루봉까지 갔다가 이곳으로 돌아와 하산하기로 하고 일단 직진한다. 천자봉 정상부와 마찬가지로 나무 덱 계단이 설치됐다. 계단을 오르다 돌아보면 수리봉과 천자봉, 그 우측으로 진해만의 풍광이 드러난다. 15분 후 나무계단을 다 오르고 한고비 지나면 운동기구가 설치된 체육공원. 이곳에서 바라본 시루봉의 시리바위가 더욱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해병혼'이라는 흰색 글씨가 새겨진 둥그스름한 산봉 정상에 마치 마고 할미가 갖고 놀던 대형 공깃돌을 살짝 내려놓은 듯한 시리바위는 떡시루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일찍이 곰메바위, 곰바위 등으로 불렸다. 시루봉 정상까지는 불과 5분 정도면 닿는다. 높이 10m 둘레 50m의 시리바위를 한 바퀴 돌면서 자연의 빚은 경이에 다시 한 번 탄복하고 되돌아선다. 바람재까지는 15분쯤 걸린다. 바람재에서 자은초등학교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은 넓고 편한 내리막이다. 10분 후 약수터인 시루샘터에서 시원한 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 후 계속 내리막을 탄다. 10분 후 자은본동 갈림길을 통과, 3분만 더 가면 임도 산책로인 '안민도로'와 만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임도 산책로를 따른다. 5분 후 해병훈련체험장을 지나고 20분쯤 더 걸으면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다. '안민도로'에서 이탈, '드림파크 목재체험장 0.3㎞'라 표시된 이정표 방향으로 내려서면 편백 숲 사이로 조성된 나무 덱을 통과한다. 편백의 향기를 원 없이 맡는 길이다. 12분 후 닿는 사방댐에서 실내 목재체험 전시관 방향으로 돌계단을 내려간 후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리막을 탄다. 아담한 연못과 팔각정 등을 지나 대형 주차장 앞 갈림길에서 왼쪽 청소년수련원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6분 후 청소년수련원에 닿으면 건물 뒤쪽 제2야영장을 거쳐 출발지까지 6분이면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거대한 바위 솟은 시루봉 신라때부터 신성시

 
  진해 주민들의 그린 산책로인 '안민도로' 구간 중 일부.
시루봉은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시리바위'로만 표시돼 있다. 높이 10m 둘레 50m 크기의 거대한 떡시루 모양의 바위가 둥그스름한 봉우리 꼭대기에 솟은 형상만으로도 신비스런 자태를 보여주는 산이다. 이 같은 생김새 때문에 시루봉은 '진해의 진산'인 웅산(熊山·710m) 자락의 한 봉우리이면서도 오래전부터 오히려 웅산 정상보다 더 신성시됐다. 신라 시대 때부터 국태민안을 비는 제사를 지낸 명산 중 하나였고, 조선 시대에도 고을에서 춘추 대제를 지낼 때 '웅산 신당'을 두어 산신제를 지내던 곳이다. 또 조선 후기 명성황후가 세자 순종을 출산한 후 세자의 무병장수를 비는 백일기도를 올린 곳이기도 하다.

시루봉(시리바위)은 지질학적으로도 연구 가치가 높은 곳으로 통한다. 지질학계에서는 시루봉 시리바위를 대규모의 용암 분출에 의해 생긴 안산암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금의 모양은 산 바깥 부분이 오랜 세월을 겪는 동안 침식되거나 기슭으로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치밀한 부분만 남아서 정상부의 바위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 시리바위 암석면에 나타난 수평 분리는 용암이 식을 때 만들어진 냉각분리로 짐작만 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생성 원인은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미국 와이오밍주 동북부에 있는 미국 제1호 국가기념물인 '악마의 탑'과 시루봉의 지질학적 특징이 같다고 알려졌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시루봉과 악마의 탑은 모두가 자연의 신비 그 자체로 평가받고 있다.


◆ 교통편

- 부산역서 시내버스 타고 용원에서 갈아타야

부산과 진해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갈 수 있다. 부산역에서 용원행 520번(20~25분 간격), 또는 사하구청 앞이나 부산도시철도 하단역 버스정류소에서 용원행 58-2번(10~15분 간격)을 타고 용원에서 내린다. 용원에서는 진해 시내버스인 305번(15분 간격) 또는 315번(30분 간격)을 타고 진해 시가지 방향으로 가다가 대밭령을 지나 진해구청 앞에서 하차하면 된다. 진해구청 우측 벽산아파트 뒤에 진해드림파크 주차장이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 을숙도를 거치거나 남해고속도로 가락IC에서 내려 진해 방향으로 간다. 2번 국도를 타고 용원, STX조선소, 대밭령을 차례로 지나 10분쯤 가면 진해구청 직전 사거리에 닿는다. 진해드림파크 표지판을 보고 우측으로 진입, 벽산아파트 뒤편으로 가면 드림파크 주차장에 닿는다.

문의=주말레저팀 (051)500-5169 동영상=국제신문 홈페이지(http://www.kookje.co.kr)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