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국제신문 http://www.kookje.co.kr/news2006/asp/center.asp?gbn=v&code=2200&key=20101119.22028192401
도통골 폭포 아래 '가을색' 떨어지네
온양읍 상대마을 제3주차장 원점회귀 기본 코스
도통골로 올라 내원골로 하산… 넉넉 잡아 5시간
폭포 소 기암 즐비한 계곡에 늦가을 정취 물씬
천년고찰 내원암 뜰에 선 500년 팽나무도 눈길
11월의 산은 가을과 겨울이 만나는 '계절의 교차로'다. 산 밑 계곡에는 아직 붉거나 노란 단풍의 여운이 남아 있지만, 해발 500~600m 이상만 넘어가도 겨울 산으로 변해 있기 마련이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지천으로 깔리기 시작하고, 이미 잎을 잃어버린 나뭇가지는 앙상한 몰골로 삭풍에 흔들린다. 온 산을 붉게 물들였던 만추의 화려함은 다 어디로 갔나 싶다. 매년 이맘때 산행을 하다 보면 "아! 가을. 참 짧다"는 감상적인 말이 저절로 나온다. 겨울이 시작되고 있음을 실감하면서 세월의 빠름도 새삼 깨닫는다.
부산과 울산 경남의 경계선에 위치한 울산 대운산 도통골 구룡폭포 주변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 |
그래서 산꾼들은 11월 중순쯤 되면 산행지 선택에 애를 먹는다. 여전히 단풍이나 억새 산행을 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고, 상고대와 눈꽃 활짝 핀 겨울산행지를 택하려니 아직 일러 마땅한 곳이 없다. 이런 시기에는 별다른 욕심 없이 가볍게 훌쩍 다녀올 근교산이 최고다. 주변에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썩 괜찮은 근교산이 많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700회 특집 산행을 마친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이번 주 새롭게 출발하는 힘찬 발걸음을 부·울·경 경계에 자리 잡은 울산 울주군의 대운산(大雲山·742.7m)에서 내디뎠다. 그동안 근교산 시리즈에 보내준 부·울·경 주말 산꾼들과 함께한다는 의미가 있는 산행이다.
대운산을 이야기할 때 인근의 불광산 시명산 등과 떼 놓을 수는 없다. 부산 경남 울산이 하나였듯이 대운산과 불광산 시명산도 원래는 전체가 '불광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하나의 산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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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울산 경남을 나누는 봉우리는 현재의 대운산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2㎞가량 떨어진 해발 660m 봉이다. 불광산 정상 석이 자리 잡은 이 봉우리는 2만5000분의 1 지형도상에 표기된 불광산(장안사 척판암 뒷산 350m 봉)의 위치에는 아랑곳없이 대부분 산꾼으로부터 실제 불광산으로 통하는 곳이다. 기장군에 있는 장안사와 척판암에서 일주문을 보면 하나같이 '불광산 장안사' '불광산 척판암'이라고 돼 있는데 이들 사찰은 모두가 원효대사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상대마을 주차장에 있는 대운산 등산로 안내판에도 '원효대사의 마지막 수도처인 대운산'이라고 돼 있다. 또한, 대운산 내원골에 자리 잡은 내원암과 관련된 기록 중 '동국여지승람'이나 '범우고' 등에는 "내원암은 울산군 불광산에 있다"는 구절도 있다. 이들 산이 모두 '불광산'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렸다는 사실을 대변해 주는 단서들이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큰바위전망대 주변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다. | |
그 같은 이유 때문일까. 대운산 산행은 흔히 불광산 시명산 삼각산 등과 연계한 산행으로도 곧잘 애용되는 산이다. 산꾼들은 장안사에서 출발해 지형도상의 불광산과 삼각산을 거쳐 부·울·경의 분기점인 불광산 정상 석을 지나 대운산 정상까지 간 후 도통골로 하산하기도 하고 반대쪽으로 종주 산행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취재팀이 이번 주 택한 길은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상대마을 상대 제3주차장을 들머리와 날머리로 삼은 원점회귀 코스다. 만추의 도통골 정취를 한껏 즐기면서 여유롭게 오른 후 정상에서 제2봉을 거쳐 내원암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정상에서 동해를 조망할 수 있고 도통골과 내원골의 한적한 늦가을 계곡미도 느낄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전체 코스를 요약하자면 상대마을 제3주차장~애기소~삼거리~(우측 도통골 방향)제1대피소~구룡폭포(제2대피소)~제2봉 갈림길~갈림길~도통골 좌측능선 시작 갈림길~깔딱 쉼 고개~큰 바위전망대(용심지)~대운산 정상~헬기장~도통골 하산 갈림길~약수터 앞(철쭉군락지 안내판)~대운산 제2봉~내원암 갈림길~내원암~상대마을 제3주차장 순. 총거리 9.7㎞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50분. 휴식과 식사 시간을 포함하면 5시간 정도면 여유 있게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상대마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상대 제3주차장에서 등산안내도를 일별한 후 대운교를 건너면 곧바로 삼거리다. 우측은 내원골 옆 임도를 따라 내원암 가는 길인데 하산할 때 거치게 된다. 왼쪽은 도통골과 박치골로 연결되는 길이다. '울산 12경 내원암 계곡'이라고 할 때는 통상 이들 좌우의 계곡을 통틀어서 일컫는다. 계곡의 풍경이 매우 아름다워 '제2 소금강'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운산 큰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간절곶이 희미하게 보인다. | |
일단 왼쪽 임도를 따른다. 곧바로 길 왼쪽 계곡에 애기소가 나타난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계곡이지만 유량이 많지는 않다. 다시 임도를 따라 10분쯤 가면 삼거리다. 직진하면 박치골과 만보등산로를 통해 대운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취재팀은 오른쪽 계곡길로 방향을 잡는다. 원효대사가 수도하며 도를 닦았다고 해 '도통골'이라 불리는 계곡. 등산안내도와 파고라가 있는 제1대피소를 지나면 임도가 끝나고 본격적인 계곡 산행로가 이어진다. 곳곳에 크고 작은 소와 반석을 만들어낸 절경의 도통골은 '추색(秋色)'이 마지막 불꽃을 사르며 타오르고 있다. 10분쯤 가면 높이 3m가량의 폭포가 나타나는데 일명 구룡폭포다. 아홉 마리의 용이 폭포 아래 소에서 살다가 여덟 마리는 승천했는데 나머지 한 마리는 결국 하늘에 오르지 못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구룡폭포 주변은 늦가을 도통골 풍경은 황홀함 그 자체다. 폭포를 지나면 곧바로 제2대피소에 닿는다. 이정표가 '정상 2.4㎞' '큰 바위 전망대 1.9㎞'를 가리키고 있다. 완만하고 널따란 계곡 오솔길의 단풍을 만끽하며 5분 정도 더 오르면 오른쪽으로 제2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하지만, 곧장 직진, 2분 후 다시 '119 구조 위치 대운산 411번 표지목'이 있는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정상 1.6㎞' 이정표를 따라 왼쪽 길을 잡는다.
등산객들이 울산 대운산 도통골에서 산행을 하고 있다. | |
3분 후 다시 '대운산 412번 표지목'이 있는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 능선 오르막을 택한다. 갑자기 경사가 가팔라지지만, 지그재그형 등산로가 잘 닦여 있어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다. 오른쪽 아래는 도통골. 그리고 건너편 능선 제일 높은 곳에 속은 대운산 제2봉이 눈에 들어온다. 15분쯤 급경사를 따라 오르며 한바탕 땀을 쏟으면 '깔딱 쉼 고개'에 닿는다. 그동안 잘 보이지 않던 소나무들도 조금씩 나타난다. 이곳에서 땀을 닦으며 고개를 들면 대운산 정상과 큰 바위전망대도 보인다. 본격적인 능선 산행이 시작된다. 4월에는 진달래, 5월에는 철쭉이 만개하는 능선이다. 10분 후 '대운산 413번 표지목'을 지나면 울퉁불퉁한 바위길이 이어진다. 안전로프가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발을 접질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걷는다. 10분쯤 더 가면 커다란 바위가 절벽을 이룬 일명 '큰 바위전망대'. 정상부는 전체적으로 육산인 대운산이지만 이곳 큰 바위전망대 부근만큼은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원효대사가 마지막까지 수도했다는 용심지가 있던 곳으로 알려졌다. 동해와 간절곶, 고리원자력발전소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정상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잇단 전망대를 지나 새로 설치된 430계단을 통과하면 약 30분 만에 대운산 정상에 닿는다. 남서쪽으로 가깝게는 불광산 시명산이, 멀리는 달음산과 장산이 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천성산과 영남알프스 연봉, 울산 문수산 등도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처다. 제2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진행 방향에서 오른쪽(북쪽)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곧바로 헬기장 앞 갈림길. 직진하면 730봉을 거쳐 대운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는 제2봉 방향이다. 2분 후 용당동갈림길을 통과해 계속 직진한다. 곳곳에 나무 덱이 길 역할을 대신해 주는 완만한 내리막을 따라 10분쯤 가면 안부 갈림길.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도통골을 따라 하산하는 길이지만 나무 덱이 깔린 제2봉 방향으로 직진한다. 5분 후 철쭉군락지 안내판이 있는 약수터 앞 갈림길에서 1시 방향으로 직진하면 3분 뒤 용당동 쪽 갈림길을 통과하고, 다시 4분 후 제2봉 아래 갈림길에 닿는다. 우측 길은 제2봉을 오르지 않고 우회해 내원암으로 내려서는 길이지만 일단 나무계단을 타고 제2봉으로 오른다. 8분 후 해발 670m 정상 석이 있는 제2봉. 올해 설치된 전망 덱에 서면 울산 시가지와 울산항, 동해가 훤히 드러난다.
왼쪽으로 능선을 타면 제1봉과 굴(샘)바위를 거쳐 상대마을까지 갈 수도 있는 종주 길이지만, '상대마을' 이정표 방향인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0분 후 우횟길과 만난 뒤 계속 능선을 따라 내리막을 타면 15분쯤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 내원암 방향으로 꺾는다. '내원암 0.6㎞' 이정표를 보며 왼쪽 지계곡을 따르면 15분 만에 내원암에 닿는다. 석남사 문수사 신흥사 등과 함께 울산 4대 고찰로 통하는 내원암에는 약 500년 된 팽나무(높이 35m 둘레 4.2m)가 멋진 자태로 우뚝 서 있어 신라 중기 때 창건된 사찰로서의 고풍스러움을 더한다. 내원암을 지나면 길은 잘 포장된 임도다. 우측 내원암 계곡의 기암절벽을 바라보며 임도를 따라 25분쯤 걸으면 출발지인 제3주차장에 도착한다.
# 떠나기 전에
- 겨울철 등산로 폐쇄 여부 해당 자치단체에 반드시 확인
11월에 접어들면서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은 물론 등산객이 많이 찾는 웬만한 산의 주요 등산로 상당수가 폐쇄됐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겨울철 산불에 대비하기 위해 국립공원관리공단 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취한 조치다. 그러다 보니 산꾼들로서는 산행지 선택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울산 대운산도 지난 1일부터 내년 5월 15일까지 산행로 대부분이 폐쇄됐다. 유일하게 개방된 길이 바로 이번 주 취재팀이 답사한 코스(도통골~큰 바위전망대~정상~제2봉~내원암)다. 이달부터 산행을 계획할 때는 떠나기 전 반드시 해당 지방자치단체 또는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문의해 개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애써 들머리까지 갔는데 폐쇄안내문 앞에서 그냥 뒤돌아서는 낭패를 볼 수는 없지 않은가.
# 교통편
- 온양읍 남창까지 열차 버스 이용 후 상대마을행 버스 환승
열차나 시외버스를 이용해 울주군 온양읍 남창까지 간 후 상대마을행(대운산행) 마을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열차는 부전역 해운대역 등에서 남해동부선 무궁화호를 타야 하는데 부전역 기준 오전 6시, 6시50분, 7시35분, 9시05분, 9시20분 등 하루 15회 출발한다. 남창역까지 55분 소요되며 요금은 3000원. 시외버스는 해운대역 맞은편 버스터미널에서 울산행을 탄다. 20분 간격이며 요금은 3900원. 남창에서 상대마을행 버스는 오전 6시30분, 7시20분, 9시15분, 10시45분 등에 출발하며, 오후 시간대에는 낮 12시50분부터 오후 6시4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10분쯤 걸린다. 산행 후 상대마을 제3주차장에서 남창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부산~울산 고속도로를 타고 온양IC에서 내리면 편하다. IC를 빠져나간 후 온양읍(남창) 방향으로 우회전, 다시 남창사거리에서 국도 14호선 부산 기장 방면으로 2분쯤 가면 오른쪽에 대운산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 따라 5분만 가면 상대마을 제3주차장에 닿는다. 주차료는 무료.
문의=주말레저팀 (051)500-5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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