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3월 책모임 책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 김욱 편역 / 포레스트북스
인문학 특히 철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는 처음에 쇼펜하우어 책이 선정되었다는 말을 잘 못 알아들어
오펜하이머 책을 읽는다고 착각했었다.
2023년 영화로도 유명세를 탔던 오펜하이머인지라, 이번에는 과학책인가 생각했었다.
그래서 먼저 쇼펜하우어에 대해 알아야 했다.
다행히 책머리에 편역자의 글이 있어 그에 대한 약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그는 소망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는,
오히려 소망했기에 정반대로 고통이 부과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삶을 살면서 그 고통을 철학으로 승화시켰다.
인간의 실존 자체를 철학의 목적이자, 궁극적인 진리로 삼았고,
철학의 주체인 인간의 멸망을 보았으며,
철학이 가장 흥성했던 시기에 철학의 죽음을 목격했다.
그가 말하는 절망은 끝이 아니라
하나의 몰락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잉태하고 태어나는 위대한 절망이며 궁극의 희망이다.
따라서 고통은 소멸해야만 끝나는 아픔이 아니다.
그 아픔 끝에 새 생명이 탄생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새로운 가치관이 우리들의 인생에서 성립된다.
그래서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가 우리 안에 깃든 욕망의 본질이라고 여겼다. (p. 4~11)
아포리즘이란 보편적 진리를 매우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을 말한다.
그래서 제목만 보아도 어떤 내용인지 대충 짐작이 가는 글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게 되는, 매우 공감 가는 내용들이 꽤 많이 있다.
18세기 후반 19세기를 살았던 그의 삶과 21세기 우리의 삶과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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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죽음을 떠올려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삶이 허락한 이유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난 자들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죽음의 준비는 오직 이것뿐이다.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 두려움과 아쉬움과 남겨진 자들에 대한 걱정으로 죽음의 눈치만 보던 우리들이 당당하게 죽음과 대면하여 공포도, 후회도, 근심도 없음을 확인시켜주는 것. 보다 나은 삶이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지켜주는 유일한 보호막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좀 더 의연하게 죽음이라는 숙명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p. 48)
동물과 동물로서의 인간은 고통 때문에 파괴되지 않는다. 내구성이 상해서도, 고통에 대한 면역력이 강화되어서도 아니다. 고통에 의해서 비로소 완성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p. 49)
인간의 정신이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은 판단이다. 판단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타인의 의사를 수용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인간 정신의 정점이다. 자기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만큼 개체로서 완성도와 독립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 (p. 60)
행복이란 단어를 제거하면 행복해 질 수 있다. 돈을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가난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건강해지려는 욕심을 버리고, 병에 걸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즐겁게 놀기보다는 욕을 먹거나 비난받지 않도록 한다. 이것이 다분히 현실적인 생활수칙이다. (p. 67)
불행을 혼자 감당하려는 것보다 무의미한 만용은 없다……. 성공과 행복 뿐 아니라 불행과 절망도 함께 나눴을 때 그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 (p. 97)
사람들이 원하는 나로 평생을 살 수는 없다. 사람들의 눈높이에 나를 맞추려는 데서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
(p. 107)
불행이 터졌을 때보다 불행이 지나간 후가 더 중요하다. (p. 152)
진리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욕심보다 약해졌을 때 우리는 정의의 길에서 멀어진다. 아니, 정의라는 단어를 잊어버리게 된다. ……….우리 안에 선한 성질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선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기를 위해서라도 내부의 선함을 지속해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p. 160)
인생이 두려운 까닭은 나의 의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고, 사람이 두려운 까닭은 그의 의지가 나를 지배하게 되리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의지를 믿기만 한다면 인생은 두려울 이유가 없다. (p.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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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Well-Being, Anti-Aging 열풍으로 인한 사회적 관심이 관련 비즈니스를 성장시켰다.
요즘은 Well-Aging, Well-Dying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생물학적 의미의 퇴화의 면에서는 좀 서글프기는 하다.
한살이라도 젊어 보이려 이것 저것 노력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늙어가는 것이 인간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자연적인 현상임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머리가 희끗희끗, 나도 이제 인생의 중반을 훌쩍 넘겨, 살아온 시간보다 남겨진 시간이 더 짧아졌다.
지금까지 세속적인 행복의 기준에 맞추려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나온 힘들었던 시간들이 앞으로 내게 버틸 힘이 되어 줄 것이라 믿지만 그 또한 나의 욕심일 것이다.
누구나 꿈꾸듯, 나는 나의 죽음이 살아있는 누군가에게 슬픔으로 남지 않길 바란다.
‘쇼펜하우어’식 표현대로, 아름답게 늙어가기 보다 추하게 늙지 않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행복과 불행이 다 내 마음 먹기에 달렸고 삶의 주체가 나라는 사실을 명심하는 한,
남은 시간 혹시라도 부딪히게 될 어려운 순간을 견뎌낼 수 있으리라.
이제 앞으로 남은 짧지만 소중한 내 삶의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좀 더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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