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 베네사 우즈 / 이민아 옮김 / 디플롯
다윈은 자연에서 친절과 협력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번성하여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고 썼다.
다윈을 위시하여 그의 뒤를 이은 많은 생물학자도 진화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협력을 꽃피울 수 있게 친화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대중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적자 생존’ 개념은 최악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다정함은 일련의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협력, 또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행동으로 대략 정의할 수 있는데,
다정함이 자연에 그렇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그 속성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 다정함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누군가와 가까이 지내는 단순한 행동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어떤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협력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등의
복합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p. 20)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첫째, 다정함이 어떻게 인류의 진화에 유리한 전략이 되었는가?,
둘째, 우리는 또한 다정함의 이면,
즉 우리의 친구가 아닌 이들에게는 잔인해지는 또 다른 모습에 보여주는 이유를 설명하고
셋째, 전 세계의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사회적, 정치적 양극화를 해결할 새로운 해법 을
찾아 보고자 하였다. (p21)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친화력이 우리 인간종이 살아남은 이유임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타인에 대한 두려움과 공격성을 나타내는 제한적 친화성을
여러 가지 실험과 역사적 사실을 통해 설명한다.
지금까지 자행됐던 대규모 학살들이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한 ‘사랑’이
다른 집단에 속한 타인을 비인간화함으로써 가능했다는 것이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우리가 친화력을 지닌 동시에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 종임을 설명해준다. 외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은 자신과 같은 집단 구성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만 느끼는 친화력의 부산물이다. (p. 226)
사회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도출한 ‘악의 평범화’의 세가지 요인은
‘편견’, ‘순응 욕구’, ‘권위에 대한 복종’이다.
거기에 타자에 대한 비인간화가 더해져 역사적인 만행이 가능해 졌다는 설명이다.
편견으로만 설명되지 못하는 사회적 현상들이 비인간화 가설로 설명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면 미성년자에게 무력을 많이 사용하는 경찰들이
흑인을 유인원으로 취급(비인간화)하는 경향이 강하며,
백인보다 흑인을 유인원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사형제도에 더 찬성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가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비극적인 학살은 대부분 이러한 혐오가 그 원인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찾을 것 없이, 우리 나라에서도
보도 연맹사건, 제주 4.3 사건, 여순사건 등은 이념을 이용한 혐오에서 발생하였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이념과 지역감정을 이용한 정치적 혐오를 조장한 사건이었으며,
여전히 분단 국가인 우리 사회는 심각한 사회적, 정치적 양극화로 갈등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사회적 정치적 이슈 뿐만 아니라, 젠더 혐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심지어는 팬카페 사이의 갈등을 넘어선 혐오가 도를 넘고 있다.
‘편견’, ‘순응 욕구’ 그리고 ‘권위에 대한 복종’ 이 세가지 요인을 가지고 현 시대 상황을 생각해보니
그 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무리들의 행동과 주장들이
어떤 배경에서 나오는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상대방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폭력을 가하는 그들도 누군가에게 다정한 존재일 것이다.
그 다정함의 대상이 더 확대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책에서는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을 돕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 이유가 유달리 용감하거나 신앙심이 싶거나 반항심이 강했기 때문이 아니라
한때 그들과 나누었던 유대인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이데올로기, 문화, 인종이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 소통이
우리 모두 같은 집단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효과적이고 보편적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강력한 접촉의 형태는 진심 어린 우정이며,
우정에서 생성되는 관용은 전염이 되는 듯하다고도 한다.
최근에 로버트 엑설로드의 “협력의 진화”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이기적 개인으로부터 협력을 이끌어 내는 팃포탯 전략”이라는 책 내용의 설명에서
우리 종의 친화력을 발휘하는 협력이 성공으로 가는 전략이라는 결론을 추측할 수 있다.
“협력”과 “연대”는 다정함의 사회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 따뜻한 소식들이 간간이 전해오는 것을 보면,
우리 종은 여전히 다정함을 잃지 않고 있다고 위안받는다.
아무리 현재 사회가 극단으로 치닫고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해도
세상은 이러한 다정함을 바탕으로 아주, 아주 조금씩 진보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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