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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표현]/My Diary

[2011.4.12]아버지와 딸

by 해운대등대지기 2011. 4. 12.

4월 11일은 우리 딸래미 생일.

올해로 17번째를 맞이했다.

 

남편의 귀가가 늦어질 것 같아

퇴근길에 케익을 사서

학원마치고 딸래미가 귀가하기만을 기다리는데

오늘따라 학원에서 늦게 마쳐 밤 11시 반이 다되어서야 돌아왔다.

 

둘만의 조촐한 파티를 시작하려는 순간

남편이 돌아왔다.

케익을 사들고....

 

웬일이래?

 

그러고 보면 다른집 아빠들도 그렇듯이

남편의 딸래미 사랑은 아들과는 달리 각별(?)하다.

 

아들과는 가끔 언쟁이 붙어 옆에 같이 듣고 있자면 조마조마한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

남편의 언성이 올라가고 따라서 아들은 벽을 쌓고

대화조차 불안불안~~~

결국 남편이 불같이 화를내고

아들은 자신을 몰라주는 아버지에 대해 속상해 하고

남편 역시 애비되기 힘들다며 푸념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며칠전.

거나하게 술이 한잔 된 남편이 던진 몇마디에 딸래미가 서운해 한 적이 있다.

아니 무척 화가 났었다. 다음날 아침 딸래미가 나에게 아빠랑 말도 안한다 선언했을 정도니..

 

쌩~~한 딸래미 반응에 남편이

나에게 물었다.

"하늬 왜저러노? 나한테 뭐 화난거 있나?"

"기억 안나나? 당신이 하늬한테 뭐라 했는지...."

 

사건은 이랬다.

한잔 넘치게 마시고 돌아온 아빠가 딸에게

"우리딸~~~ 고생많지?" --참고로 아들에게도 같은 말을 했지만 그 뉘앙스는 무척 다르다.

"아빠~~~~" 딸래미가 어리광 부리듯 응답했다.

"힘들어도 열심히 해! 시험 얼마 안남았지?~~~~~"

뭐 이런 남편의 잔소리가 계속되다

"아빠 먼저 잔다." 그러고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잠시 후

아마 남편은 깜빡 잠들었다 깼는데 상당히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나 보다.

공부하다 물먹으로 나와 나랑 잠깐 이야기하고 있는데

딸래미를 보면서

"하늬 아직 안잤나? 빨리자!"

-설명하자면 남편은 늦은 시간 공부도 하지 않고 나와 놀고 있다고 착각한거 같다.

공부안할거면 피곤한데 일찍자지 뭐 그럼 감정이 섞여 언성이 조금 올라갔으니...-

 

나와 딸래미가 황당하게 남편을 쳐다보다

 

"아직 잘 시간 아니다. 그리고 공부해야지. 당신이나 먼저 자라."

 

이 대목에서 남편이 화가 난것같다.

 

"에이~~! 김.하.늬! 너 절~대 잠자지 마! 자기만 해봐라"

 

그렇게 화를 내고는 비어있는 아들방에 가서 잠이 들었다.

 

썰렁~~~~ 분위기 휑....

 

그런데 남편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했다. ㅠ.ㅠ

상황을 이야기 하니

"내가 잘못했네. 왜그랬지? 오늘 밤에 어떻게 해면 하늬 화가 풀릴까?"

그러더니 그날 밤 딸래미가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역시 아빠를 보고 "다녀왔습니다." 한마디만 하고 방에 들어갔다. 쎄한 분위기...

위기를 느낀 남편이 딸래미 방으로 들어가서는

 

"아빠 용서해 줘"

"됐어요"

"하늬야... 아빠가 문밖에 무릎꿇고 빌고 있을까? 그럼 용서 해 줄래?'

"아빠아! 내가 못살아...."

 

그러면서 화해를 했었다.

그렇게 딸래미에게만 유독 약한 남편이었다.

 

아들 같았음 "저자식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어디 감히 아빠에게... 뭐 그렇게 내게 말했을거다. ㅎㅎㅎ

 

이런 남편이 오늘도 한잔 하고 돌아오는 길에

 딸래미 생일이라서, 축하해 주려고

기꺼운 마음으로 케잌을 사들고 왔다.

 

딸래미는 두개의 케잌에 밝혀진 촛불을 모두 꺼야했다. ㅋ

 

유독 정이 많은 남편.

요즘 딸래미에게 지극정성(?)을 쏟아 붓는 건

물론 딸래미가 아들보다는 좀 더 살갑고 정이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서울간 아들 빈자리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큰소리 치고 부딪히기도 했지만

나보다도 아들의 빈자리를 허전해 하던 남편이었다.

 

 딸래미는 절대 다른 지방으로 대학 안보낸다면서...

대학 등하교도 자기가 차로 해준다고... ㅎㅎㅎ우스개 소리를 하던 남편.

 

이제 남편도 나이가 먹어 가나 보다.